에세이
얼마 전 나온 학술 논문이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느낌이다. 8년 전에 썼던 첫 논문은 석사 논문을 요약했던 거라 이런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논문은 혼자 아등바등 거리며 준비했고,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다고 느껴 3개월 전에 학회에 제출했던 거였다. 그런데 게재된 논문을 보니, 느긋함이 들어갔어야 하는 문장들은 어딘지 어설프고, 급하게 쓰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확신이 들지 않았던 부분은 결국 뒤죽박죽인 채로 굳어 인쇄되어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마치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 생채기에 난 딱지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면 모를까, 지금의 상태는 그 상처 자국이 다른 부위까지 갉아먹는 기분이다.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부터 종종 들어왔던 말이 있다. 너는 늘 마무리가 잘 안 돼.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너무도 사실이라는 인정의 몸짓. 끝이 보이면 어느새 만족해서는 금세 어느 정도는 포기해 버리는 고질적인 습성.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여유로운 성격이라고 하지만, 사실 많은 부분 그렇기도 하기만, 나만 아는 나는 뜬금없이 급해질 때가 있다. 급하면 초조해지고, 그 초조한 감정이 싫어서 그냥 놔버리는 어떤 지점이. 그런데 그게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라면 정말 난감해지는 것이다. 하필 그때, 뭐가 그리 다급했을까.
지금의 후회는 나의 기질들의 총합의 결과값이다. 게으름, 한계 같은 단어들이 스친다. 그 모든게 나였고, 여전히 나인 것이다. 누구나 각자의 경험 속에서 나름의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후회라는 감정도 모든 이들의 삶 속에 잔존하는 것이겠지. 땅에 떨어진 저 꽃잎들도 더 선명한 빛깔을 내지 못했던 지난 날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때 나는 슬픔을 너무 온 마음으로 대했을 때 그것이 내 몸과 마음을 상하게 했던 경험을 기억한다. 오늘밤, 더는 후회가 나를 상하게 하도록 두지 말아야겠다 다짐해본다. 이미 지나간 일들로 인해, 너무 오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첫 술이 독배가 되지 않기를. 나를 위로하고, 나의 모자란 모습들을 다독여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