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바람에도 생각나는 사람
“이기길 바랐는데.”
“나는 요새 승패에는 큰 관심이 안 생기던데.”
“그래도 가나는 꼭 이겼으면 했는데.”
“가나도 우리를 꼭 이겼으면 했을걸?”
“나한테 가나는 마음의 원수 국가야.”
'세월이 가면 슬픔은 사그라든다고?' 아니었다. 슬픔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슬픔은 사라지는 단어가 아니다. 슬픔은 오겠다는 기별도 없이 제멋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수시로 온다. 눈을 감아도 온다. 슬픔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눈꺼풀은 없다. 슬픔은 거친 밤을 기진맥진 통과하게 만든다.
「슬픈 세상의 기쁜 말」 p.100
겨울에 실내에 들여놓은 화분의 나무가 방 안에서 얼어 죽었어요. 같이 있던 다른 나무들은 괜찮은데…. 그것이 슬퍼서 하루 종일 울었어요. 그 나무가 동준이 같아서…. 감성이 충만하다 못해 지나쳐서 오버하는 거지요. 그렇더라고요. 동준이 또래 남자 청년들을 보면, 덩치라도 비슷한 아이들을 보면,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알바하는 아이들을 보면,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도 군대가 있는 아이도 옆집에 사는 대학생 남자아이도 온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연관이 되어 있더라고요. 억측인가요.(2018년 3월 16일) -김동준 군 어머님(강석경)의 글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p.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