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어린이 기분 나쁘겠다야(2)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

by 김우진


"억울해요."
"화나요."
"어른들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차별 같아요"
"그건 나쁜 거예요. 어린이도 사람인데 사람을 못 들어가게 하는 것과 똑같으니까요."


무슨 질문에 대한 답일까?

이른바 '노키즈존'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다.

(참고 뉴스 : 노키즈존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

어떤 식당이나 카페 출입문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거부당하는 심정이 아이들이라고 해서 좋을 리 없다.

공공장소(사실 개인 영업장이지만)라는 명분으로 아이들을 거부하는 것은 오로지 어른들의 기준과 판단으로 만들어진 명백한 차별이다.

"노"키즈존 이라니... 듣는 어린이들 기분 나쁠만하다.


'세련된 노인'이나 '깨끗한 남성',
'목소리가 작은 여성'만 손님으로 받는다고 하면 당장 문제라고 할 것을,
왜 어린이는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차별하는 걸까?

중요한 차이가 있긴 있다.
그들에게는 싫은 내색을 할 수 없고,
어린이 그리고 어린이와 함께 있는 엄마에게는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약자 혐오다.
(어린이라는 세계 p.210-211)


나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어린이들 때문에 불편했던 경험보다 어른들 때문에 불편한 경험이 훨씬 많았다.

큰 소리로 떠들거나 통화를 하고(심지어 욕설 포함), 직원에게 무례하게 반말을 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며 이어폰을 끼지 않고 높은 볼륨으로 영상을 시청하는 어른들까지. 카페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지 식당이나 술집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런 어른들을 거부하는 "존"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얌전하고 조용히 어른들 뜻대로 하면 '착한'어린이라 칭찬하면서 막상 교육적으로는 어린이들의 창의성이나 상상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것이 양립 가능한 상황인지 의문스럽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정도의 잘못이라면 제재하고 가르쳐야 하겠지만, 말 그대로 가르쳐 줄 일이지 애초에 배제하고 차별하는 방식은 적절치 못하다.

배제와 차별을 경험한 어린이들은 또 다른 누군가도 배제시키거나 차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랄지도 모른다.


더구나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를 근거로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상업시설 이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배제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라고 하였다.(참고 뉴스 : 인권위 “‘노키즈 존’ 식당 운영은 아동 차별 행위”)


어린이들에게 배움의 경로는 크게 두 가지일 것 같다. 직간접 경험을 통해 깨우치거나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그렇기에 어른들이 원하는 어린이의 모습이 있다면 어른이 먼저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마땅하다. 어린이들에게 누군가를 어떤 이유로 차별해도 된다고 가르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비교육적일 테니까.


어린이에게는 성장할 공간이 필요하다. 공공장소에서도 어린이는 마땅히 '한 명'으로 대접받아야 한다. 어린이라는 이유로 배제하 것이 아니라 어린이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쪽으로 어른들이 지혜를 모으는 게 좋다.
(같은 책 p.202-203)


그동안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반박하고 싶어도 설득할 말주변이 없어 고민하던 나에게 김소영 선생님의 문장 하나하나는 정말 시원한 사이다였달까.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빨간펜으로 밑줄을 가득 치고 나서야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든 아니든 어른이라면 꼭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든 마주칠 수 있는 어린이들을 어른과 똑같은 '한 명'의 인간으로 존중하기 위해서. '믿을 수 있는 어른'되기가 꿈인 나에게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


나는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 주는
품위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같은 책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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