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가려진 이야기에 귀 기울일 시간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미류 외

by 김우진




박정훈 ㅡ 코로나 시대의 배달노동


둘째 아이는 2020년 2월생이다. 코로나가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두려움은 커지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둘째가 걱정되어 거의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나와 남편이 걸리면 신생아를 맡길 곳도 없다는 생각에 온 가족이 외출을 삼갔다. 다행히 요리에 재미를 붙인 남편 덕에 배달 음식은 거의 시켜먹지 않았지만 식재료나 생필품은 배달에 많이 의존했었다.


그 후, 코로나 19로 배달량이 급증하자 배달 노동자들의 고충도 늘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면서 배달을 줄여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 책을 통해 배달의 세계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좀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어 '배달의 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어보려 한다.)


개인 사업자나 마찬가지인 배달 노동자들 많이 배달할수록 많은 수익을 올리는 구조 속에서 쫓기듯 배달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높다. 하지만 보험이나 산재처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곤란함을 많이 겪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배달 노동자에게 무례한 주문자들도 많은데 그중에 배달 노동자 손에 분무기로 소독약을 뿌렸다는 이야기 차마 믿고 싶지 않았다.


택배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불안정 고용에 대한 부담이 그들을 사고로 내몰고 있다. 새벽 배송이 유행하면서 밤에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과로에 시달 수밖에 없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말한다.


코로나 19 이전, 배달은 편리한 서비스이지만 배달을 하는 노동자들은 불편한 존재였다. 코로나 19 이후, 배달은 필수적인 산업이 됐지만 배달을 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필수적인 존재가 아니다. 언제든지 대체 가능하며, 한두 명 과로나 사고로 죽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p.74)


배달이 필수 산업이 된 지금,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산재보험을 업체에서 의무화하도록 하거나 배달 노동자들이 노동법에 맞는 대우를 받도록 하는 법제적인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더불어 내가,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배달 노동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잊지 않는 것이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지난겨울, 배달을 중단하라는 라이더유니온의 긴급 성명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던 것처럼 나의 편리함이 이웃 노동자의 불편함, 그 이상의 위험함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고금숙 ㅡ 마스크는 썩지 않는다


코로나 19 시대에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비롯하여 늘어나는 일회용품들에 대해 다들 걱정은 하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환경문제를 걱정하면서도 그런 생각으로 적극적인 대안을 생각하지 않고 지내 온 게 사실이다.


겨우 노력한 것이라고는 마스크 끈이 새 발에 감긴다는 뉴스 기사를 보고 마스크 끈을 잘라버리거나,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배달음식을 시킬 때 일회용 수저를 보내지 말라는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두 다리가 마스크 끈에 묶인 갈매기 (출처 : 한겨레, RSPCA 제공)


폐마스크로 의자를 만드는 대학생부터 생활 속에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그냥 환경오염의 주범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분리수거만은 철저히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의 플라스틱들이 재활용이 안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오히려 분리수거를 한 것이 일을 더 번거롭게 만든 것이었다니! 조만간 쓰레기 분리배출에 관한 책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를 정독해야겠다. 그리고 이제는 일회용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쓰지 않는 쪽으로 생활 습관 자체를 바꿔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단 한 사람이라도 1년 동안 비닐봉지를 안 쓰면 54.1킬로그램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p.56)'는 사실을 기억하며 녹아내리는 빙하의 한 방울이라도 막아내기 위해서.

2018년 6월호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길보라 작가의 말이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방역'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회용품을 사용하며 환경을 희생하고, 대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누군가의 노동과 인권을 맞바꾸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건 아닐까.(p.134~135)


그 대답으로 나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잘못을 하나씩 짚어 나가며 대안을 고민했다. 그러나 그렇게 반성하는 한편으로 '나의 사소한 실천이 지구에 정말 도움이 되긴 할까'라는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 불현듯 크리킨디 벌새 이야기가 생각났다. 숲이 불탈 때 한 방울의 물을 계속 떨어뜨리던 크리킨디의 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야.”


내가 하는 일이 너무 보잘것없고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늘려 나가야겠다. 그 모습을 보는 우리 아이들도 그러하면 좋겠다.





코로나19 때문에 밖에도 거의 안 나왔던 딸아이가 이제 13개월이 되어 아장아장 걷는다. 딸아이를 유아차에 태워 집 앞 마트로 이틀에 한 번 장을 보러 간다. 마트 배달도 줄이고, 배달을 위한 쓰레기도 줄이고, 모든 게 신기한 딸아이와의 교감은 높이고.


지금 당장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진 못해도 하나씩, 조금씩 바꿔나가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용기내 챌린지'에 동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미류 외 / 창비 / 2021


코로나 19 이후 인권, 환경, 노동, 젠더, 인종, 장애 등에서 드러난 문제를 각 분야 10명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중요하지만 관심 갖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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