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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Mar 09. 2021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딸이고 싶습니다


작은 별이 내려와 조그만 손을 내밀던 그 순간

엄마가 된 한 여자가 있다.

그 조그만 손이 행여 바스러질까

차마 잡아주지 못하고 떨리는 손을 대어만 본다.


밤새 별은 반짝이고

처음 느껴보는 눈부심에

여자는 스르 눈이 감겨 고개를 떨구는데

그때 떨군 고개를 쓰다어주는

또 다른 손이 있다.

가만히 보니 주름이 가득하다.


주름진 그 손은

한 손으로 떨군 고개를 쓰다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작은 별을 품에 안는다.


엄마가 된 여자는 잊고 있었다.

그녀가 오늘 조그만 손을 잡아주기 전까지

자신은 어떤 손을 붙잡고 살아왔었는지를


역시나 조그맣던 그녀의 손을 잡아주던 손

그녀의 손이 더 이상 자라지 않 순간에도

언제나 잡을 수 있는 거리에서

온기를 품은 채 기다리던 손

그런 주름진 손이 있었다.


이제 그 주름진 손은

한 손도 모자라 두 손 모두를 바쳐

그녀들을 잡아주고 있다.


어김없이 조그마했을 그 주름진 손이

그녀를 지켜오느라 주름져버렸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한 그녀는 눈을 더욱 질끈 감는다.


맞잡은 세 손 뒤로 날이 밝아온다.

서로를 잡고 잡아주는 손처럼

귀한 새날이다.


2016년 5월                                                                 엄마가 되어 엄마와 함께 보내던
빛나는 밤을 기억하며 사랑하는 엄마께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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