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공감」 - 김보람 (1)
이 피로 태어난 모든 이에게
생리는 몸의 일이다. 여성의 몸, 특별히 질 그리고 질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오랜 세월 금기시되었다. 말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않는 것이 되고, 그것에 대한 경험은 공유되거나 기록되는 대신 잊히고 삭제된다. 이토록 오랜 시간 이 피를 금기시한 사회는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렸다. 방치했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운 피를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로 만들었고 그 피를 처리하는 데 들어가는 노동과 비용 그리고 고통은 모두 여성 개인의 몫으로 남겨 뒀다. p.9
종교학 연구자이자 중세 가톨릭에서 여성의 몸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연구 중인 민지 씨는 이렇게 분석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성은 자기 몸과 다른 여성의 몸을 도저히 이해하거나 상상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구에 상륙한 외계인을 일단 적으로 치부하는 것처럼 그들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기이하고, 자신은 알지 못하고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일을 '이상하고' '불경하고' '좋지 않은' 것으로 만들었다. p.39
글을 올린 어머니는 아직 10대인 딸아이의 질에 탐폰을 넣어도 건강상 문제가 없는지, 처녀막이 찢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다른 엄마들도 댓글에 아직 아이인데 탐폰은 좀 그렇지 않겠냐고 답했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탐폰 경험이 없다. 그래서 때로는 '어머니'가 딸아이가 탐폰을 쓰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p.90
무지는 사람을 잔인하게 만든다. 모르기 때문에 상대가 겪게 될 공포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의 몸은 이제껏 수많은 금기와 출처를 알 수 없는 미신에 시달렸고, 타자(남자)의 욕망으로만 해석될 수 있는 기호로 여겨져 왔다. 질은 숨어 있어 보이지 않고 무언가에 뚫릴 것만 같은 인상을 준다. 그 때문에 남성들은 처녀막을 찢고 처녀성을 정복하려는 욕망을 품게 되었다. p.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