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공감」 - 김보람 (2)
아... 생리 안 하고 싶다.
"생리를 안 해도 괜찮을까요? 그게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요?"
생리를 안 할 수 있습니다. 약을 먹을 수도 있고, 호르몬 주사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비타민제 처방으로 생리 양을 줄여 나갈 수도 있습니다. IUD나 임플라논 같은 기구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생리를 하지 않는 것과 건강은 연관성이 없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p.229-230
수진 씨가 고등학생일 때, 사용한 생리대를 깜빡하고 그대로 화장실에 펼쳐 놓고 나왔다고 한다. 뒤이어 들어간 아버지가 피 묻은 생리대를 접어 휴지통에 버린 모양이다. 거실로 나온 아버지는 수진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만 생리한다고 자랑하느라 그랬지?"
중학교 동창인 서윤의 경우 거의 정반대 경험을 했다. 사용한 생리대를 잘 말아서 휴지통에 버렸는데 접착력이 없어 저절로 펴진 것이다. "이게 정신머리가 나갔다, 여자가 어딜 그런 걸 다 펼쳐 놓고 다녀?" 그걸 본 아버지에게서 서윤은 모욕에 가까운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수진 씨는 당시 아버지의 반응이 자신이 생리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p.61
우리는 모두 이 '피'로 인해 세상에 태어났다.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이 존재의 기원인 이 피의 정체를 밝혀내고 정의할 것이다. 양이 많은 날 생리 컵을 질 안으로 밀어 넣으면 종종 손톱에 빨갛게 생리혈이 묻어 나온다. 그 피를 보며 누군가는 죽음을 떠올렸지만 나는 그 피로 행운을 빌었다. 영화를 만들고 책을 쓰면서 나를 간지럽히고 설레게 했던 이상한 희망이 당신에게도 전해지길. 이 피로 행운을 빈다. 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