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의 민주화를 꿈꾸며
사람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지만 자신의 세계에 누군가를 들이기로 결정한 이상은, 서로의 감정과 안녕을 살피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싸우고, 곧 화해하고 다시 싸운다. 반복해서 용서했다가 또 실망하지만 여전히 큰 기대를 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는 교전 상태가, 전혀 싸우지 않을 때의 허약한 평화보다 훨씬 건강함을 나는 안다. - 「말하기를 말하기」, p.115
"우리 생필품 뭐 주문할 거 없을까?"
"내일 마트 들릴 건데 ~~~~말고 더 필요한 거 있어?"
"세탁소 다녀올게. 애들 한복도 맡기는 거지?"
"똑딱(병원 예약 앱) 대기 5명 남으면 출발할게."
한 사람은 시키기만 하고 한 사람은 시키는 것만 하면, 주인과 하인의 관계지 "우리"가 아니다. 짬을 내어 말없이 서로가 서로를 도와준 걸 확인하면, 가사노동 동료로서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가사노동자로서의 서로에 대한 신뢰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애인이기보다 우정이라는 이름의 동료로서 역할한다. -「두 번째 페미니스트」, p.1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