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
신애가 다시 2년 만에 시골로 내려왔을 때, 그녀는 전에 내려왔을 때보다 상태가 안 좋았다. 이제는 정말 다시는 서울에 가고싶지 않았다. 용산행 기차에 오르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던가. 신도림 반지하 방에서 얼마나 나쁜 생각들을 많이 했던가. 이젠 서울에 놀러가기도 싫었다. 가족들이 있고, 논밭이 펼쳐진 시골에서 살기로 마음 먹었다.
2년 전 퇴직 후 처음 시골에 내려왔을 때, 동네 사람들이 참 따스하게 신애를 맞아주었다. 엄마의 소개로 일도 금방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금방 정착할 수도 있었다. 또래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신애가 다시 서울로 올라간다고 했을 땐 그녀의 결정을 응원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호기롭게 시골을 떠났다가, 뱉었던 말은 채 실천하지도 못한 채 다시 시골로 도망치듯 내려왔다는 게 신애는 너무 창피했다. 다시 시골에 돌아왔을 때, 신애는 자신을 알고 지내던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못했다. 실패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동굴 속으로 꽁꽁 숨으려던 찰나, 옆집으로부터 환영회 초대를 받았다. 신애를 위한 환영회라고 했다.
바로 옆집에는 2년 전 함께 일했던 호호와 그의 여자친구인 수수가 살고있는데, 그들이 신애와 그녀의 부모를 집에 초대한 것이다. 신애는 집에서 만든 오꼬노미야끼와 함께 그저께 만들었던 티라미수 한 통을 챙겼다.
'좋아해주려나? 맛있어야할텐데.'
날이 어두워지고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옆집으로 들어서자, 부엌에서 호호와 수수가 신애네 가족을 맞아주었다. 오리요리를 메인으로 갖가지 음식과 반찬들이 상에 놓여있었다. 거기에 신애가 만든 오꼬노미야끼까지 더하니 한 상 가득 거한 식사가 되었다. 두 가족은 먹고 마시며 깔깔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지금 시대에 이웃과의 식사라니.'
신애는 어색하고 생소했다. 서울에서의 이웃과 극명하게 비교가 되었다. 불안감을 조성하던 옆집 아줌마와 얼굴도 모르는 남자들, 서울에서는 이웃과 알고지내는 자체를 꺼렸다. 신애는 이 따뜻함과 행복감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2년 만에 다시 내려온 내가 안쓰러운가? 아니면 이곳에 잘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
이들의 친절함의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하던 중, 수수가 따뜻하게 데워져있는 뱅쇼 한 잔을 더 권했다.
"씽씽, 뱅쇼 더 줄까요?"
"아, 네!"
직접 끓인 뱅쇼는 따뜻했다. 이 겨울, 시립도록 차갑고 냉철한 서울에서 돌아와 맞이하는 고향에서의 겨울밤은 따뜻한 마음들에 후끈거릴 정도였다.
신애의 만화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