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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씽씽 Sep 19. 2022

스물 아홉, 시골에서 살기로 했다

선물같은 크리스마스 이브

  신애는 혼자 있는 주말을 견디기 어려웠다. 주말에는 대체로 폭식을 하고 빈둥거리다가, 밤에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울었다. 참다 참다 결국에는 매주 금요일 퇴근 후 막차를 타고 집으로 내려갔다가, 월요일 오전 아침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바로 출근을 했다. 신애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 기차를 탈 때마다 소리죽여 울었다.


  매주 집에 다녀와서인지, 약을 먹어서인지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래서 두 번째로 간 정신과 상담에서 당차게 말했다.


  "이제 괜찮아요. 안 와도 될 것 같아요."


  신애는 웃으며 말했다. 의사는 나중에 다시 안 좋아지면 그때 또 오라고 했다. 정신과의원을 나서는 신애의 발걸음이 가볍다.


  회사도 그만두었다. 크리스마스 이브까지만 나오기로 했다. 신애는 전에 민기가 유심히 보았던 오르골을 마지막 선물로 준비했다. 민기는 신애가 좋아하는 짱구 피규어와 디자인 관련 서적, 그리고 편지 한 통을 건네주었다. 신애는 그 편지를 집에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읽었다. 많이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자취방에 있는 짐은 나중에 빼기로 하고 몸만 먼저 내려왔다. 전세금을 아직 못 돌려받았기 때문이다. 홍성 역에 내리자, 가족들이 마중나와 있었다. 신애는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는 울지 않았다. 드디어 악몽같던 서울생활이 끝났고, 이번에는 절대 다시는 올라가지 않으리라 다짐했기에.


  집에는 크리스마스를 위해 미리 주문해둔 마스카포네치즈와 레이디핑거(과자), 코코아파우더가 신애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애와 다영은 마스카포네치즈에 설탕을 섞어가며 크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물을 끓여 진한 커피를 만들고, 그 커피에 레이디핑거를 적셨다. 그런 다음 큰 사각 반찬통에 크림과 레이디핑거를 번갈아가며 쌓아주고, 마지막은 코코아파우더를 뿌려 마무리했다.


  "티라미수 완성!"


  신애와 다영은 티라미수를 세 통이나 만들고 뿌듯하게 웃었다. 이렇게 하루를 냉장고에 둔 뒤에 꺼내먹으면 제대로 된 티라미수맛을 느낄 수 있을 터였다.


  매년 준비하는 선물도 빼놓지 않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아빠, 엄마까지. 온 가족의 크리스마스 선물도 미리 사두었다. 오늘 밤에 작은 산타가 되어 각자의 머리맡에 둘 예정이다. 선물같았던 하루였다. 신애는 오랜만에 기분좋게 웃으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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