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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씽씽 Sep 19. 2022

내 마음을 알아봐준 사람

우울증?

  민기와 신애는 가끔 면담시간을 가지곤 했는데, 그럴 때면 근처 카페에 가서 차를 한 잔 시켜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 이야기를 다 하고 커피가 조금 남았을 때, 민기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혹시 밤마다 우니?"


  신애는 깜짝 놀랐다. 당황한 표정을 애써 숨기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그가 알아챈 걸까. 가족도, 친구도 알아봐주지 않았던 마음을, 직장상사인 민기가 알아봐주었다. 그동안 그렇게나 힘든 티를 내었어도, 아무도 괜찮냐고 물어봐준 적 없는데. 그걸 이 사람에게 위로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신애는 자신의 힘든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움츠러들었다.


  민기는 자신의 공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정신과의원 한 곳을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꼭 가보라고, 신애에게 당부했다.


  며칠 뒤, 민기가 말한 정신과의원을 찾은 신애는 소파에 앉아 자신의 차례가 되길 기다렸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파스텔 계열의 색상들로 이루어진 소파와 탁자, 실내 벽과 초록색 화분들. 마음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인테리어였다.


  신애는 속으로 무슨 말을 할 지 계속해서 정리하고, 되뇌었다.


  '무슨 이야길 하지? 내가 우울하기 시작한 건, 서울에 올라와서부터이지. 그때부터 이야기를 하면 되겠지? 그나저나 정신과 상담 받으면 막 10만 원 20만 원 나온다던데. 비용 엄청 많이 나오면 어쩌지?'


  "주신애님 들어오세요."


  신애는 떨리는 마음을 안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실 안에는 중년의 여자 의사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계셨다. 인사를 하고 의자에 앉자마자 신애는 봇물터지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졸업하자마자 서울에 올라왔는데... 밤에 우울해서 막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고... 매일 울고... 짝사랑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감정기복도 심하고... 가족들이랑도 마찰이 생기고... 동생한테 자꾸만 질투가 나고..."


  어느 새, 신애는 엉엉 울면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정말 꺼이꺼이 울면서 이야기를 하고있는 것이었다. 의사는 그런 신애의 말을 조용히 다 들어주었다. 신애의 훌쩍거림이 어느정도 잦아들었을 때, 상담은 끝났다. 신애는 항우울제 약을 받고 의원을 나왔다. 비용은 약값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의원 밖으로 나오니, 신애는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생각보다 별 거 아니네.'


  신애는 우울증에 걸린 비련의 작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걸로 나중에 만화 그려야지.'






신애의 만화일기1







신애의 만화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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