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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씽씽 Sep 15. 2022

서울의 집, 나의 작은 무덤

죽으러 들어가는 집

  신림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를 걸어가면, 빌라와 주택들이 모여있는 주택가가 나온다. 인적드문 골목에 위치한 빌라 계단을 반층정도 내려가면 나오는 원룸. 그곳이 신애의 세 번째 서울 집이었다. 월세를 아끼고자, 간신히 찾은 전셋집. 방은 좁고 빛은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일단 다달이 월세가 나가지 않는다는 것에 만족했다.


  '그래, 집은 잠만 자면 되지.'


  그게 신애의 생각이었다.  


  104호인 신애의 집 현관문에는 안에서 걸 수 있는 잠금장치가 없었는데, 그게 신애를 불안하게 했다. 바로 옆집 103호에는 남자 둘이 밤마다 게임을 하는 건지 까마귀 울음소리같은 웃음소리로 깔깔거렸고, 새벽마다 들려오는 계단 내려오는 소리, 현관문 똑똑 두드리는 소리, 술에 취한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끼리릭끼리릭 현관문 문고리 돌려보는 소리까지. 모든 게 신애를 불안하게 했다.


  [도둑은 보아라. 내 방에서 가져간 냄비뚜껑, 화장품, 천 원짜리 지폐 3장 등등 훔쳐간 물건을 다시 가져다 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생략)]


  어느 날 옆집 105호 현관문 앞에 장문의 쪽지가 붙었다. 화장품이나 기타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훔쳐간 사람에게 물건을 가져다 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하루는 자기 집 비밀번호를 누가 바꿔놨다며 자기 집 문을 못 열어 한참을 문 밖에서 씨름을 하고, 또 아줌마가 도둑이 들었다고 112에 신고를 해서 경찰도 몇 번 왔다. 결국에는 열쇠로 여는 문에서 도어락으로 바꾸고 CCTV까지 스스로 설치했는데, 그 뒤에도 아줌마의 불안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는 집에 들어가는 신애를 불러 세워놓고 말했다.


  "혹시 남자친구랑 같이 살아?"

  "...? 아니요? 저 혼자사는데."

  "그 집에 어떤 남자가 들어가던데."


  집에 남자가 들어가는 걸 봤다니? 신애는 아줌마의 기억을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론 덜컥 겁이 났다. 그리고 옆집 아줌마의 불안이 신애에게로 옮겨왔다. 고장난 중형 냉장고로 현관문 앞을 막고, 식칼의 위치를 파악하고, 장스탠드를 켜놔야 그나마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러다 인기척 소리라도 나면 신애는 잠을 자다가도 화들짝 경기를 일으키듯 일어나 한참을 문 밖 소리에 귀기울였다. 밤마다 악몽에도 많이 시달렸는데, 누군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신애를 해치려고 하는 꿈을 여러 번 꾸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잠에 들지못해 아침이 오기까지 기다렸다.


  서울의 밤을 밝히는 수많은 집들, 그건 불안함의 빛이었을까. 신애에게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이 되어주는 '집'은 서울에는 없었다.


  신애는 침대에 누워 밤마다 울었다.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며. 이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아마 일주일 이상, 어쩌면 한 달 이상 신애는 그대로 방치될 터였다. 그렇게 생각이 들자 이 집이 작은 관이나 무덤처럼 느껴졌다. 신애는 매일 아침 관에서 나와 하루를 살고, 다시 관으로 들어와 죽을 생각을 하는 거였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매일이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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