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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씽씽 Oct 03. 2022

'개'라는 존재

바루와 오남매

  신애가 집에 내려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개를 산책시키는 일이었다. 그녀는 동생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겨울왕국 달력에 매일매일 도장을 찍어가며 집에있는 개들을 산책시켰다. 그녀의 집 개 '바루'는 작년 3월에 개를 다섯마리 낳았는데, 세 마리는 분양을 보내고 현재 남아있는 건 어미개인 '바루'와 첫째인 '일루', 막내인 '오루'였다. 세 마리 다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아, 수컷인 일루와 암컷인 바루, 오루는 철망벽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공간에서 지냈다. 그래서 산책도 바루와 오루는 함께, 일루는 따로 해서 매일 산책을 두 번씩 했다.


  처음에는 산책을 매일 나가는 것이 어려웠다. 귀찮기도 하고, 짧지만 두 번씩 산책을 한다는 게 부담이었다. 이 추운 겨울에 밖에 나가 산책을 하는 것이, 아니 이불 밖을 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했다. 신애의 부모는 그녀가 산책하는 것이 얼마나 갈까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 외로 그녀는 꾸준히 산책을 나갔고, 그녀의 부모도 그 꾸준함과 성실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신애의 집에는 어려서부터 개가 있었다. 집 마당 한 쪽 구석에 자리잡은 뜬장에 개가 살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개는 그냥 거기 있는 존재였다. 개는 식구들이 먹고 남은 음식물을 처리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 작은 공간에서 나온 적이 손에 꼽았다. 어렸을 때 몇 번 산책을 나갔던 게 다였고, 그나마도 신애와 다영이 커서는 집에 거의 없었으므로, 개가 있는지 없는지 기억나지도 않았다.


  그러다 몇 년 전, 같은 동네에 사는 막내 삼촌네에서 개를 키우다가 신애네 집에 개를 줘버렸다. 그게 바루였다. 엄마는 바루를 좋아했다. 바루는 하우스에서 일하는 엄마를 쫄래쫄래 쫓아가 쭈그려 앉아 일하는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로 얼굴을 쏙 내밀고 헤실헤실 웃곤 했다. 이뻐하지 않을래야 이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바루가 임신을 했다. 배가 불룩 나왔다. 무엇 때문인지 옆집 할머니를 물었다. 엄마는 연신 사과했고, 바루의 자유는 그날로 끝났다. 아빠는 바루를 개집에 가두고, 그 마저도 부족했는지 바루의 목에 목줄을 채우고 쇠사슬 줄을 묶어두었다. 그 뒷 얘기는 듣지 못했다. 신애가 왔을 때는 바루가 두 번째 출산을 한 상태였고, 새끼들은 뜬장 안 낡은 박스 안에서 꾸물거리고 있었다.


  아직은 서울에서 학원을 다니며 지내고있던 신애가 잠시 본가에 내려왔을 때였다. 막내인 오루부터 시작해서 다섯 마리 강아지가 모두 아팠다. 배가 꿀렁꿀렁하더니 연신 토를 했다. 오루가 제일 먼저 증상이 나타났다. 오루를 데리고 난생 처음으로 동물병원이란 데를 갔다. 접종을 시키지 않아 생긴 병이었다. 전염이 되는 거라, 다른 형제들도 곧 증상이 나타날 거라고 했다. 다섯 마리의 약값으로 30만 원이 넘는 거금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다섯 아이들에게 약과 주사를 놓아주고, 오루를 아랫방에 격리시켰다.


  혼자있는 오루는 방 안에서 계속 낑낑댔다. 신애는 오루를 방석 위에 눕히고 그 곁에 앉았다. 오루가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신애의 무릎위에 자리를 잡고 몸을 둥그렇게 말았다. 가만히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못생긴 얼굴에 뚱뚱한 몸, 자격지심과 열등감으로 가득찬 백수. 하물며 가족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지 않는데, 이 작은 아이는 내가 뭐라고 나를 이리 의지하고 좋아해준단 말인가. 신애는 울컥했다. 그 자그마한 존재가 마음 속으로 크게 다가왔다.






신애의 만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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