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일루의 죽음(1)
바루와 오루는 암컷, 일루는 수컷이다. 세 마리 다 중성화를 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일루는 따로 지내고, 산책도 혼자 한다. 외로워서일까? 안기는 걸 좋아한다. 산책할 때면 앞서 가다가도 신애에게 돌아와 포옥 안기는 일루. 신애는 혼자 지내는 일루가 서울에서 떨어져 살았던 자신의 모습과 닮아 보였다.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오루와 일루는 산책줄을 하지 않아도 신애를 잘 따라왔다. 오루는 신애를 따라간다기보다는 엄마인 바루를 따라가는 거였지만. 어쨌든 시골에서 산책줄은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바루만 산책줄을 한 채로 산책을 했다. 그렇게 해도 아무 문제없었다.
혼자 개들을 산책시키려니, 조금 심심했다. 처음에는 음악을 듣다가, 휴대폰으로 영상도 봤다. 한 손에는 바루 산책줄을,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었다. 차가 별로 다니지 않으니 차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루는 알아서 잘 따라왔다. 일루도 가끔씩 멀리까지 먼저 달려가긴 했지만, 신애가 바라보고 있으면 곧바로 다시 돌아오곤 했다. 게다가 일루는 차가 지나갈 때면, 얌전히 신애의 옆에 엎드려있었다. 차가 무서운지 가만히 엎드려있었다. 무슨 일이 있겠어? 정말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날따라 이상했다. 차도 한쪽으로 걸어가는데, 평소라면 길가 풀이 있는 쪽으로 걷던 바루가 반대편으로 건너가려고 했다. 트럭이 뒤에서 달려왔다. 나는 급하게 바루를 잡아당겼다. 들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졌고, 얇은 산책줄에 손목에 상처가 났다. 그때 조심했어야 했는데.
바루와 오루를 산책시키고, 일루 차례였다. 마을 입구 다리를 건너는데, 나무 아래에 고양이 두 마리가 사이좋게 누워있었다. 일루가 고양이들한테 달려갈까 싶어 일루를 품에 안아 들었다. 그날도 마을에서만 산책줄을 하면 되겠지 싶어, 산책줄을 주머니에 넣은 채로 일루를 안고 차도를 건넜다. 차도에서 논길로 가는 길목에서 일루를 품에서 내려주었다. 이제 몸은 다 커서, 꽤나 무거웠기 때문이다.
일루는 건너온 차도를 다시 건너가 풀숲에 있는 꽃향기를 킁킁거리며 맡았다. 그 모습을 조금 멀리서 흐뭇하게 지켜봤다. 그때였다. 저쪽에서 하얀색 차 한 대가 느리지 않은 속도로 달려왔다. 그 순간 생각했다. 저 차를 막을 수 없다고.
'그렇다고 일루를 부를 수도 없어. 부르면 내게 올 거야. 건너오다가 차에 치이기라도 하면……!'
신애는 일루를 부르지도 못하고, 차를 막지도 못한 채로 일루를 바라만 보았다.
'제발!'
차가 일루 바로 옆까지 다다랐을 때, 일루가 뒤돌아보았다. 신애를 보았다.
차가 무서운 일루는, 차가 오면 신애 '옆에서' 가만히 엎드려있곤 했다.
'안 돼!'
일루는 차도를 건너 신애를 향해 달려왔다. 차가 일루를 그대로 들이박았다. 일루가 차에 치여 데굴데굴 굴렀다.
'괘, 괜찮아! 병원에 가면 돼! 얼마가 들어도 치료할 수 있어!'
신애는 그제야 일루를 향해 헐레벌떡 뛰어갔다. 피는 나오지 않았다. 몸도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뼈가 부러졌을 수도 있어서, 들어서 옮기지 않고 끌어서 길가에 옮겼다.
"이, 일루야! 엉엉 엉엉 엉……."
일루를 어루만지며 엉엉 눈물을 터뜨렸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차를 세우고 난감한 듯 이쪽으로 다가오는 중년의 남성이 보였다.
"어, 엄마 어떡하지?"
눈물을 흘리며 전화 속 엄마를 불러댔다.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러게, 왜 개를 풀러놔서는……. 아이구……."
"죄송합니다. 그냥 가셔도 돼요. 죄송합니다."
일루가 죽어가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신애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본인의 잘못인 걸 너무나도 잘 알았으니까. 울음 섞인 사과에 같이 어찌할 줄 모르던 중년의 남성이 차를 끌고 사라졌다.
일루는 겉으로는 상처 하나 없었다. 하지만 입을 벌리고 늘어뜨린 혀는 빨갰다.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숨을 쉬지 않다가, 숨을 또 크게 쉬었다. 신애는 알 수 있었다. 일루가 죽어간다는 걸. 죽어가는 일루와 신애, 둘만이 세상에 남겨졌다.
"엄마, 여기로 와줘!"
신애가 의지할 곳은 전화 너머 엄마뿐이었다. 엄마는 직장에서 일을 하는 중이었다. 계속되는 신애의 울부짖음에,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일찍 퇴근을 해야 했다. 엄마를 기다리는 그 몇십 분의 시간 동안, 신애는 초조하게 일루를 바라보며 울기만 했다. 지나가던 트럭 속 부부가 울고 있는 신애를 발견하고는, 괜찮냐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어, 엄마가 곧 오기로 했어요. 엄마가 올 거예요."
신애는 울면서 대답했다. 트럭도 그렇게 지나가고, 일루는 여전히 숨을 헐떡이며 신애를 바라보았다. 일루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는 심장이 쿵 떨어졌다가, 다시 이내 숨을 쉬게 되었을 때는 안도감을 가지며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시간이 흘러갔다.
신애의 만화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