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일루의 죽음(2)
몇 번 더 숨을 크게 쉬었다 내뱉으면서 부풀어올랐다 내려앉길 반복하던 일루의 몸이 멈췄다.
"일루야! 일루야! 일루야!"
일루를 크게 부르니, 일루가 다시 숨을 쉬었다. 힘겹게, 힘겹게. 한 줌 희망이 신애를 비추려다가, 다시 어둠으로 신애를 몰아넣었다. 일루가 숨을 쉬지 않는다. 엄마는 오지 않는다.
"엉엉엉……."
차는 집에 있다. 여기 일루를 이대로 두고 집에 다녀올 수는 없었다. 엄마를 기다려야 하는데……. 엄마가 늦는다. 신애는 일루를 안아들었다. 일루의 몸이 힘없이 추욱 늘어졌다. 입에서 혀를 타고 빨간 핏방울이 뚝.뚝.뚝. 떨어졌다. 신애는 몇 발자국 못 가 다시 일루를 내려놓았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일루의 죽음을 견딜수가 없었다.
멀리 엄마가 자전거를 타고 헥헥대며 달려왔다.
"엄마, 차는?"
"바로오느라 못 가져왔지!"
"내가 차갖고 오라했잖아!"
신애의 울음섞인 질타가 이어졌다. 엄마는 다시 차를 가지러 집으로 갔다. 신애는 다시 일루 곁으로 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우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니. 무력감이 신애를 휘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차를 끌고 왔다.
"신애야, 일루는 이미 죽었어……."
"…그래도 병원에 가보고 싶어."
"…그래, 가자."
일루를 트렁크에 실었다. 앞자리에 태우지 않은 건, 아빠 차이기 때문도 있지만 알고있었던 것이다. 일루가 죽었다는 걸.
차를 조심조심, 그러나 빨리 몰아 지인이 말해주었던 동물병원에 도착했다. 동물병원 앞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를 열었다. 수의사 선생님이 나와 청진기를 대고 일루를 살펴보았다.
"죽었습니다."
신애와 엄마는 트렁크 문을 닫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국화 사갈래."
일루를 싣고, 꽃가게에 들러 국화꽃 15송이를 샀다. 엄마가 집에 있는 아빠한테 알렸는지, 아빠가 뒷산 큰 소나무 아래 땅을 파고 기다리고 있었다. 2월 7일. 날이 추웠다. 신애는 엄마 아빠의 만류에도 큰 담요 하나를 가져와 일루 아래에 깔아주었다. 너무 추울 것 같아서. 신애는 일루를 안아 들어 구덩이 안에 살며시 놓았다. 서서히 굳기 시작한 몸눈도 감지 못한 일루. 일루의 눈꺼풀을 내려보려했지만, 일루는 눈을 감지 못했다.
하얀 국화꽃 15송이를 일루 위에 놓고, 흙을 덮었다. 하느님께 일루를 부탁한다는 기도를 드린 뒤에, 뒤돌아 내려오는데……. 겨울 칼바람이 휘이잉 불어댔다. 황토색 딱딱한 땅이 드러난 일루의 무덤과 언덕이 신애를 더욱 마음아프게 했다. 그 차가운 땅에 일루를 두고 떠난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너무, 너무 추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