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일루의 죽음(3)
일루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산책줄을 풀고 산책을 다닌 내 탓이다.
길 건너에 있던 일루가 나를 향해 뛰어오다 차에 치여 죽었다.
죽어가는데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일루를 차갑고 딱딱한 땅에 묻어주고 내려온 신애는 비어버린 일루 집을 보고는 다시 엉엉 울었다. 바루와 오루는 신애가 왜 우는지 알지 못하고 꼬리를 흔들어댔다.
"얘들아, 일루가 죽었어. 일루가 나 때문에 죽었다고. 미안해. 미안해, 얘들아."
신애는 계속 울기만 했다. 눈물이 쉴 새 없이 나왔고, 모든 게 자신의 잘못만 같았다. 꼬박 하루를 밥도 먹지 않고, 방 안에 쳐박혀 있었다. 암막커튼을 친 신애의 방은 암흑 같았다. 신애의 흐느끼는 울음소리만이 들렸다. 울다가 잠이 들고, 잠깐 깨었을 때 또 울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울었다. 음악도 듣지 않고, TV도 보지 않고, 신애가 할 수 있는 건 일루에게 미안해하며 우는 것뿐이었다.
마냥 이렇게 지낸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죽은 일루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남았다. 엄마와 같이 울면서 묵주기도를 바쳤다. 미사도 드렸다. 개를 위해 미사를 드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죄책감에 잠 못 이룰 것 같았다. 엄마는 좋은 기억만 하라고 했지만, 신애는 죽어가는 순간의 일루만 생각났다.
축 늘어진 몸, 미처 감지 못한 눈, 그리고 길게 늘어뜨린 빨간 혓바닥.
신애는 고개를 도리질 쳤다. 매일 일루의 무덤에 가서 일루에게 인사를 하고, 기도를 드렸다. 아무것도 없는 땅, 찬바람이 쌩쌩 부는 무덤을 지켜보고 있자니 휑하니 마음이 더 아팠다. 꽃을 심어주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때부터는 일루를 위해 심어줄 꽃에만 신경이 쏠렸다. 어떤 꽃을 심을까, 꽃말을 찾아보고, 여러 가지 꽃씨를 주문했다. 일루의 무덤 곁에 꽃을 심고 나중에 집을 지어서, 일루가 그렇게도 함께하고 싶어 했던 바루랑 오루랑 함께 산다면, 일루가 좋아하지 않을까. 신애는 생각했다.
주문한 꽃씨가 도착했다. 아직 꽃씨를 심기엔 추운 3월이었다. 비닐하우스 안에 모종판을 두고, 꽃씨를 정성스레 심었다. 매일 아침 물을 주었다.
'꽃들아, 얼른 자라라. 일루 외롭지 않게. 하루빨리 일루 곁에 심어줘야지.'
아침에 일어나 하우스에 가서 모종판 위에 덮개를 걷어 물을 주고, 바루와 오루를 산책시키고, 밥을 주고, 아빠와 할머니 점심을 차리고, 유튜브를 좀 보다 보면 세 달이 지나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루의 무덤을 다녀왔다. 눈이 소복이 쌓인 날에도, 칼바람이 부는 날에도, 비가 와서 땅이 푹푹 꺼지는 날에도, 일루를 보러 갔다. 일루의 무덤 주변에 심어놓은 꽃들이 활짝 피고, 무덤 근처 밭에 심은 꽃들이 무럭무럭 자랐다. 신애의 마음도 꽃을 보며 무럭무럭 자랐다.
일루가 묻힌 키 큰 소나무 잎이 신애에게 인사를 하는 듯 살랑살랑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