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신감 그대로 이어서!
지난번에 싱크대 수전을 완벽하게 교체한 뒤로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이번에는 세면대 수전을 한 번 교체해보기로 했다. 미국의 집들은 세면대가 무지하게 많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방 개수만큼 화장실이 있는 곳도 있고, 세면대는 보통 더 많다. 그래서 지금 집에는 세면대가 무려 5개가 있다. 그리고 모두 다 양손 핸들이 달려있다.
사실 온수와 냉수를 사용하기 위해서 각각 다른 것을 틀어야 하는 것이 여긴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거의 항상 한 손 핸들을 사용하였고, 미국 와서 거쳐왔던 두 집들도 모두 한 손 핸들이었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다섯 개의 세면대 모두에 양손 핸들이 달려있다. 홈디포 (Home Depot)에서도 한 손 핸들보단 양손 핸들을 더 많이 파는 걸로 봐서는 어쩌면 트렌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익숙지 않고, 한 손에 뭔가를 들고 있을 때는 한 번에 핸들 두 개를 돌릴 수 없다는 불편함에 일단 하나만 교체해보기로 했다. 싱크대 수전과 마찬가지로 밑에 들어가서 작업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진행하였다. 교체를 진행하기로 한 대상은 물이 잘 빠지지 않는 세면대였다. 수전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배관을 분리한 후 다시 연결하였는데 전 주인이 도대체 그 세면대에서 무엇을 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진흙이 배관을 막고 있었다. 그래서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았었다. 세면대 자체에 묻어있는 진흙도 많이 제거하였지만 모두를 제거하진 못했다.
자시 교체 작업으로 돌아와서 이번에도 기존 수전을 철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철거하는 중에 배관에 있는 진흙들이 떨어져서 조금은 애를 먹었다. 대부분의 작업은 싱크대 수전을 교체했을 때 사용했던 도구를 사용했다.
모든 건 순조로웠다. 세면대에 붙어있는 배관을 제거하기 전까지. 새로 구입한 수전에 세면대 배관도 함께 있었다. 설치를 위해서는 기존에 있던 배관을 철거해야만 했다. 그런데! 배관을 고정하고 있는 볼트가 굉장히 컸다. 그래서 슬립 조인트 플라이어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힘으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급하게 홈디포로 향했다. 그리고 몽키 스패너 (Adjustable Wrench) 두 개를 구입하였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다시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크기가 맞지 않았다. 최대한 크게 늘려도 볼트가 더 컸다. 낭패였다. 인터넷에는 큰 몽키 스패너로 작은 너트를 조이고 푸는 방법은 있었지만 큰 너트를 작은 몽키 스패너로 조이고 푸는 방법은 없었다.
다시 집안 구석구석을 확인하다가 구세주 같은 존재를 발견하였다. 바로 워터 펌프 플라이어 (Water Pump Plier)를 발견한 것이다.
사실 플라이어 세트가 필요해서 예전에 구매했는데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다. 워터 펌프 플라이어를 이용하여 다행히 기존 세면대 수전 세트를 모두 철거하였다.
이제 설치만 남았다. 설치는 매뉴얼대로 진행하면 되기 때문에 큰 변수가 없다. 매뉴얼에 따라서 수전을 먼저 설치하고 잘 고정되도록 조였다. 그리고 호스를 온수, 냉수에 맞게 연결하였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배관을 연결한 후 고정되도록 부품을 조였다. 그리고 새로운 수전이 완성되었다.
테스트를 해봤다. 온수와 냉수가 잘 나왔다. 문제는 아래 배관에서 물이 셌다. 그래서 배관을 좀 더 조인 후 다시 테스트를 하였다. 이번에는 괜찮았다.
한국에서는 이런 것들을 교체한다는 것을 상상도 못 했다. 교체할 일도 없었을뿐더러 보통 사람을 썼다. 미국에서는 인건비가 비싸서 이런 거 하나하나 사람을 쓰면 감당이 안된다. 그래서 교체를 하나씩 직접 해보고 있는데 오래 걸리지만 그래도 완성은 된다. 직접 교체했기에 애정이 가기도 하는 것 같고. 아내와는 총 다섯 개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두 개만 교체하자고 합의했다. 그래서 코스트코에서 똑같은 수전을 하나 더 사 와야 된다. 물론 교체는 다음 주말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