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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Nov 27. 2019

9화. 예스맨 (Yes Man)

시애틀에서 직장생활 생존기 - 9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1068680/mediaviewer/rm359602176

2008년에 개봉한 영화, 예스맨. 짐 캐리 주연 영화로 오래되어서 기억이 정확하진 않겠지만 한 남자가 예스를 외치기 시작하면서 삶이 긍정적으로 변하였으나 모두 예스로 대답한다고 행복할 순 없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나의 처지와 비슷하다.


팀을 옮겨서 시애틀에 온 지 벌써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두 개의 솔루션을 출시하였고, 몇몇 솔루션은 업데이트 중이다. 솔루션 출시와 함께 발표도 몇몇 하였고, 아직까지 끝내지 못한 발표가 세 개 남아있다. 그리고 행사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별로 원치 않는 고객 미팅도 4건이 잡혔다. 이 모든 것은 '예스 (Yes)'로부터 시작되었다.


외국인 노동자. 아직은 확실치 않은 신분으로 밀려 들어오는 일을 자유롭게 쳐낼 순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발표를 하게 되었고, 발표를 가게 되니 고객 미팅도 잡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은 매니저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나: 고객 피드백에 의하면 이 A 솔루션에 문제가 많아서 업데이트를 진행해야 해.

매니저: 그럼 지금 진행 중인 B 솔루션 출시 후에 네가 하는 게 어때? 안되면 지금 얘기하거나 영원히 조용히 하게나.

나: 엄... 알겠어. 하지만 지금 B 솔루션이 우선이야.


그리고 몇 주뒤.

매니저: 네가 업데이트를 맡기로 한 A 솔루션은 다른 팀으로 넘겼어. 대신 C 솔루션 업데이트를 맡아주었으면 하네만.

나: 알겠어. 내가 조만간 온콜이니 그때 업데이트를 하도록 할게.


그리고 몇 일뒤.

매니저: 팀 내에 바쁜 애가 있는데 온콜 기간 동안 도와주는 것이 어떻겠나?

나: 알겠어. 일단 어느 정도 일인지 한 번 들어보고.

매니저: D 솔루션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일주일이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네.

나: 내가 한 번 얘기해볼게.


그리고 몇 일뒤.

매니저: 그래, D 솔루션은 어땠나?

나: 하기로 한 것들은 성공적으로 끝냈어.

매니저: 그래? 그럼 예전에 얘기한 C 솔루션 업데이트보다 자네가 만들었던 E 솔루션 업데이트를 먼저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나?

나: 알겠어. E 솔루션은 내가 만들었던 것이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그리고 몇 일뒤.

매니저: E 솔루션 업데이트는 어떻게 되어가나? 그리고 C 솔루션 업데이트도 잊지 않았겠지?

나: 응, 일단 B 솔루션 출시 후에 행사 끝나는 대로 업데이트 출시할 수 있도록 할게.


이와 같이 매니저와 몇 주에 걸친 대화 끝에 나는 B, C, D, E 솔루션에 모두 손을 대게 되었다. B 솔루션은 막판 버그를 잡아가며 출시를 했고, D 솔루션은 결과를 이미 넘겼고, C 솔루션과 E 솔루션은 일부러 시간을 천천히 가지면서 진행하고 있는데 발표 준비로 인해서 의도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밀려오는 일들을 쳐내지 못했을까? 한국에서는 대충 업무량에 대한 감을 잡아보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한 후 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거리낌 없이 '노 (No)'를 외쳤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자칫하면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레 겁먹어서 모두 '예스 (Yes)'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노 (No)'를 외친다고 하루아침에 잘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신분을 조금 더 탄탄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여러 방면으로 모색 중이다. 그렇게 되면은 조금은 수월하게 '노 (No)'를 외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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