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쿨가이 - 14
코로나가 퍼진 지 벌써 6개월이 흘렀다. 아마도 2020년은 잃어버린 한 해가 되어가듯이 집에서 6개월이라는 시간을 버텨왔다. 간간히 집 근처에 드라이브를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고 마트는 모두 배달로 바꾼 지 오래다.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 경우 어디를 가지 않다가 6개월 만에 시애틀에서 벗어났다.
다른 두 가족과 함께 향한 곳은 선카디아(Suncadia) 리조트가 있는 클레 엘럼(Cle Elum). 리조트로 간 것은 아니고 근처에 수많은 독채 중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2박 3일을 보냈다. 간만의 외출이었는데 날씨는 정말 환상이었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 아래 살갗은 많이 탔지만 그늘에서는 어김없이 시원한 날씨에 2박 3일이라는 시간이 왜 그렇게 짧게 느껴지던지.
숙소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세 가족이 사용하기에 충분히 넓었고, 왜 미국인들이 큰 집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들었다. 주변에는 수많은 다른 독채 숙소들과 산책로가 있었는데 숙소마다 차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다른 사람들도 어지간히 답답했다 싶었다. 물론 숙소 간 거리는 꽤 멀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거나 할 일은 없었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휴식이었기 때문에 일정을 미리 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다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으로 합의를 한 후에 왔다. 그중에서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바로 야외 욕조. 숙소를 예약할 때 아내가 야외 욕조 사용료로 75달러를 냈다고 했다. 선택사항이 아니라 그냥 야외 욕조 사용료가 자동으로 부과되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야외 욕조는 매일 사용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 결과 머무는 동안 아들과 함께 야외 욕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들은 집에 가기 싫다며...
밤에는 하늘에 수많은 별들을 보았다. 별을 보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최근에는 별을 많이 보기도 힘들뿐더러 별을 볼 여유를 가져보지 않았었는데 이곳에서 근 20년 내에 가장 많은 별을 본 듯하다. 주변에 있는 모든 불빛들이 사라졌다면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었을 듯싶다. 물론 그 시간까지 기다렸다가는 곰을 만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러진 못했다. 같이 간 사람들 중 두 명은 실제로 곰을 봤다고 했다.
몇몇 사람들은 스몰(S'more)을 즐겼다. 스몰은 Some more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계속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먹다가 결국은 다 먹게 되어버리는 그런 것이라나 뭐라나. 마시멜로를 불에 구워서 쿠키 사이에 초콜릿과 함께 넣어서 먹는 것인데 마시멜로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단데 초콜릿을 더하니 하나 이상은 무리였다. 그래도 아들이 마시멜로를 (남이) 굽는 것을 좋아하여서 두세 개 정도는 구워서 먹었다.
오랜만에 외출과 일탈을 즐겼으니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와서 감금 아닌 감금 같은 생활을 다시 시작해야 할 듯싶다. 그래도 겨울에 상황이 괜찮다면 다시금 가족 여행을 가고 싶다.
현재 워싱턴주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워싱턴주 동부에서 발생한 불로 인해서 조그마한 마을이 타버렸고, 그 연기가 워싱턴주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래서 시애틀의 공기는 내가 여기 온 뒤로 가장 좋지 않다. 캘리포니아주, 오레곤주를 비롯해서 미서부지역 많은 곳이 불로 난리가 났다. 얼른 불길이 잡혀서 모두 모두 무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