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쿨가이 - 13
작년 시애틀의 5월 날씨가 잘 기억나진 않는다. 다만 4월에 비가 오는 날이 이례적으로 많았고, 누군가가 7월 독립기념일을 기점으로 맑은 여름 날씨를 느낄 수 있다고 얘기해준 것은 기억이 난다. 그래서 독립기념일이 지난 후에도 비 내리는 날씨가 많아서 불평했던 기억이 난다.
벌써 5월 말이다. 비가 오는 날, 흐린 날도 있지만 오늘처럼 맑은 날도 있다. 맑은 날의 하늘은 굉장히 푸르고 햇빛은 굉장히 눈부시다. 그와 동시에 나무와 풀들을 끝 모르게 자라난다.
최근에는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을 제법 봤다. 하지만 길거리를 나가보면 코로나는 이미 종식된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나 공원에서는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오랜만에 캐리 공원을 방문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진 않았지만 마스크를 쓴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들 일상으로 돌아간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지네들이 좋아하는 대통령과 노선을 함께한 것인지는 알 수는 없다. 다만 마스크를 쓰고 있는 우리 가족들만 뭔가 유별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봉쇄가 풀린 후 다시금 폭발하는 감염자 숫자를 보고 있자면 방심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염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아직은 경계를 늦출 순 없다.
시애틀 커뮤니티에서도 많은 논쟁이 이뤄진다. 마스크를 쓰라는 사람들과 밖에서는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끝없는 논쟁. 대통령조차도 쓰지 않고 등장하는데 사람들이 말을 들을까 싶다.
올해는 원래 미국 내 여행을 할까 생각했었다. 모두 물거품이 되었지만 말이다. 우리가 알던 세상은 이미 끝났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긋지긋한 폐쇄적인 일상이 끝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