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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Mar 25. 2020

12화. 벌써 일 년

시애틀 쿨가이 - 12

시간이 참으로 빠른 것 같다. 작년 3월 20일에 시애틀에 도착하여 벌써 일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많은 일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 사이에 아들 녀석은 많이 커버렸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무엇이 달라졌을까? 일 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섯 가지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코로나 (COVID-19) 바이러스. 한국이 전 세계 2위를 찍었을 때 미국은 신기루처럼 낮은 감염자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럴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미국이 2위를 향해가고 조만간 1위를 찍을 기세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시애틀이 속한 워싱턴주는 미국 내에서 가장 감염자가 많은 주였다가 뉴욕에게 내줬다. 그리고 지금은 감염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지 않은데 아마도 검사를 뉴욕처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언제쯤 전 세계가 정상화가 될 수 있으려나.


2. 두 번의 이사를 하였다. 시애틀에 처음 와서 머문 곳은 회사에서 제공해준 곳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생각해보면 꽤나 괜찮은 위치에 괜찮은 숙소를 제공해줬던 것 같다. 물론 그 숙소 비용 모두 급여에 포함되어서 연말 정산 후에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아닌가 걱정은 된다만. 그 뒤 첫 번째 이사로 옮긴 곳은 6개월 단기 임대를 한 곳으로 아들의 어린이집이 가까워서 선택한 곳이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동네인 만큼 시끄러웠고 노숙자도 많았고 자유분방한 사람들도 많이 봤었다. 그만큼 편의시설이 가까이 있어서 좋은 점도 있었다만. 그리고 지금 정착한 집. 다음 이사는 아직까지 계획에 없고 아들이 커가는 상황과 내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3.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무비의 맛을 알게 되었다. 집에 텔레비전은 있지만 유선방송은 따로 신청하지 않았다. 그래서 스트리밍 서비스만 이용 중이다. 첫 번째로 가입한 것이 아마존 프라임. 아마존 프라임은 쇼핑을 위해서 가입하였다가 아마존 프라임에서 제공하는 드라마도 많이 봤었다. 그다음 가입한 것이 디즈니 플러스. 순전히 아들에게 보여줄 것을 찾다가 가입하게 되었다. 넷플릭스의 옥토넛을 보기 전까지 아들이 가장 좋아하던 스트리밍 서비스였다. 마지막으로 가입한 것이 넷플릭스. 수많은 드라마 및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한국어로 된 드라마를 좀 보고 싶다는 이유로 가입하였다. 만족도는 아직까지는 높다.


4. 시애틀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 중 하나가 아마존에 가입하는 것이었다. 아마존 임직원임에도 아마존을 쓸 일이 없었는데 미국 와서 아마존의 충성 고객이 되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한국과는 다르게 당일 배송이라던지 다음 날 배송이라던지 하는 것이 없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다른 배송은 더 느리기 때문에 아마존 프라임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는 써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일 년이라는 시간을 쓰면서 한국보단 느리지만 이만한 것이 또 없구나 하는 생각으로 느림의 미학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물론 아마존에서 당일 배송, 익일 배송 등을 시도하면서 가끔 생각지도 못하게 빠르게 배송되는 물품에 놀랄 때도 있다.


5. 처음에 코스트코에 갔을 때 도대체 여기는 누가 와서 무엇을 사냐 싶었다. 또 웃겼던 것은 온라인으로 가입을 하고 갔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가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덕분에 머그샷 같은 사진만 회원카드에 찍히게 되었고 실제로 무엇을 사거나 회원 가입 금액을 내거나 하진 않았다. 그러다 이사를 하면서 가전제품을 조금 살 일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왜 내가 진작 코스트코에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코스트코의 팬이 되어버렸다. 대량으로 살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대량으로 사게 되는 일이 발생하였고, 시애틀에서 코스트코 기름이 가장 싼 편이라서 기름을 넣기 위해서라고 코스트코에 가는 일이 생겼다. 코스트코에 가입한 지는 일 년이 되지 않았지만 회원비 명복으로 내는 돈보다는 돌려받는 돈이 더 많다.


마치자면, 작년에는 그래도 여행을 조금 다니고 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가 끝나기 전까지는 아무 곳에도 못 갈 것 같다. 모두가 조심해서 건강하게 올해도 지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봄을 알리듯 집에 핀 자두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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