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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Feb 07. 2022

21화. 미국 의료비는 비쌀까?

시애틀 쿨가이 - 21

많은 사람들이 미국 하면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굉장히 비싼 의료비일 것이다. 의료민영화로 인해서 정해진 가격이 없어 보이는 미국의 의료비. 과연 정말 비쌀까?


미국 의료비를 생각하면 영화 식코(Sicko)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손가락 두 개가 절단된 사람이 있는데 각 손가락을 붙이는 비용이 엄청나서 그중 저렴한 손가락을 선택한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영화는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정말 비쌀까라는 의문은 계속 있었다. 그리고 몇 가지 경험을 토대로 한 번 얘기해보고자 한다. 


일단 건강검진에 대해서 알아보자. 한국에서는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건강검진을 받았었다. 가격은 대략 30만원으로 공장과 같은 곳에서 혈액검사, 내시경, 엑스레이 등 여러 검사를 받는다.


미국은 건강검진이 일 년에 한 번 보험 적용된다. 이마저도 보험마다 다를 수가 있다. 내가 가진 보험은 아마존에서 지원해주는 보험 중 하나로 Shared Deductible 상품이다.


보험을 간략히 설명하면 매년 $1,500씩 Deductible 비용이 들어오고, 의료비가 나가야 되는 경우는 먼저 $1,500에서 차감된 후 더 이상 차감될 금액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 나에게 청구된다. 남은 금액은 다음 해로 넘어가며 최대 금액이 $3,000을 넘지 않고, 사용하지 않은 금액은 사라진다.


앞서 말한 것처럼 건강검진은 일 년에 한 번 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무료다. 추가 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비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건강검진 항목은 의사를 만나는 것과 혈액검사가 끝이다. 이것도 나이마다 다른 것 같다. 그리고 청구된 금액은 아래와 같다.

진찰료: $365.80

검사료: $684.08

합계: $1,049.88


이 모든 금액이 보험 적용이 되는 금액이라 Deductible에서 빠져나간 금액도 없이 나에게 청구된 금액은 $0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보험만 있으면 괜찮은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다른 예로 한국에서 꾸준히 검진을 받아온 항목이 있다. 한국에서 분당 서울대학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었다. 미국에서는 처음에는 개인 진료를 받았는데 한국에서 받던 것처럼 세세하게 해주지 않고 어떤 이유에서 2년 가까이 병원비가 청구되지 않아서 미국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그리고 발생한 의료비.

진찰료: $594.50 ($222.31 보험 지불, $372.19 청구)

검사료: $955.89 ($426.61 보험 지불, $529.28 청구)

합계: $1,550.39 ($648.92 보험 지불, $901.47 청구)


검사를 받고 의사를 만나서 설명 듣고 하는 모든 비용을 합하면 $1,550.39. 그중에서 보험사가 협상을 진행하고 보험을 통해서 지불된 비용이 $648.92, 나머지 $901.47은 나에게 청구. 청구된 금액은 먼저 Deductible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Deductible에 여유가 있을 경우는 실제로 납부하는 금액은 $0.


대략적으로 계산했을 때, 아무 탈 없이 지내다가 1년에 2번 정기적으로 병원을 갈 경우 모든 Deductible이 사라지고 납부할 금액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병원 갈 일이 생길 경우는 Deductible이 더욱 빨리 소진될 수 있기 때문에 납부할 금액은 더욱 커진다.


참고로 동일한 진료와 검사를 받았을 때 한국에서는 2019년 2월 기준 아래와 같이 청구되었다.

진찰료: 22,350원 (공단부담금 3,000원, 환자부담금 19,350원)

검사료: 164,476원 (공단부담금 65,791원, 환자부담금 98,685원)

합계: 186,826원 (공단부담금 68,926원 , 환자부담금 117,900원) - 상한액 초과금 135원 공단 추가부담금


동일한 진료를 봤을 경우 총액은 미국이 대략 10배 비싸고 실제 환자 부담금은 대략 9배 비싸다.

(환율은 2월 7일 $1 = 1,199.49원 기준)


물론 이보다 더 복잡하거나 심각한 질병 및 상해의 경우에는 더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보험만 있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물론 정말 보험만 있을 경우는 심각한 질병을 겪지 않는 이상 엄청나게 절망스러운 상황이 나오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가족 3명에게 매달 청구되는 보험료와 매년 오르는 보험료를 생각하면 결코 병원 가는 일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비싼 보험료로 인해서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보험이 없으면 진료를 못 받는 경우도 생긴다.



의료 민영화가 된 미국의 의료비는 정말 만만치 않다. 정해진 금액도 없어서 갈 때마다 발생하는 금액도 다르고 보험사에서 어떻게 할인을 진행하냐에 따라서 청구되는 가격도 다르고 어떤 보험사의 어떤 보험을 가지고 있냐에 따라서 갈 수 있는 병원도 달라진다.


결론은, 미국에서는 되도록이면 건강하고 아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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