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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Jan 31. 2023

24화. 영어 못해요

시애틀 쿨가이 - 24

며칠 전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쇼핑몰에 갔다. 어느 때처럼 길을 걷고 있었는데 아이패드를 들고 있는 남자가 나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말했다.


"Excuse me, we are looking for“ 까지 얘기했을 때는 길을 묻는 건가 싶었는데 그 남자는 무언가를 계속 말했다. 그 남자가 말하는 사이 주변을 살펴보니 일행이 한 명 더 있었다. 한국에서 보통 일행과 함께 다니는 사람이 길 가던 나에게 접근해서 길을 묻거나 할 경우는 99프로 길을 묻고자 접근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의도로 접근을 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손에 무언가를 든 외국인이 나에게 접근했을 때도 단순하게 길을 묻는 경우는 없었고 대부분 다른 의도로 접근했었다.


그 남자가 계속 질문을 하는 동안 뇌가 바빴다. 그리고 문득 지미 양 (Jimmy O. Yang)의 코미디가 떠올랐다. 지미는 운전하던 중 경찰에게 잡혔을 경우 “I don't know"를 침착하게 얘기하면 경찰이 그냥 풀어준다고 얘기를 했다. 물론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다간 큰일을 겪을 수 있겠지만 내가 경찰을 만난 것은 아니기에 써먹을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의 질문은 대략적으로 설문조사 또는 다른 무언가였는데 정확히 듣지 못했다. 보통 제대로 못 알아들었을 경우에는 “Excuse me, can you say that again?"을 말하는데 그 당시 상황을 가장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말을 찾았다. 그래서 최대한 어눌하게 말해야지 생각하며 말했다.


"Sorry, I don't speak English."


그리고 바로 떠오른 생각은 ‘이런! 너무 또박또박 잘 말했잖아!’였는데 그 남자는 "Okay, sorry." 하고는 갈 길을 갔다. 그 사람들이 간 뒤 뒤를 돌아보니 아내는 웃음을 힘겹게 참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잘한 점은 불필요한 질문들을 차단함으로써 내 시간을 아꼈다는 것이다. 경험 상 자칫하면 얘기가 굉장히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못한 점은 영어를 너무도 또박또박 얘기했다는 것과 어쩌면 동양인들에 대한 인식을 안 좋게 준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다음부터는 조금은 귀찮더라도 도를 아십니까 류의 대화라던지 종교를 권하는 대화가 아닌 이상은 조금은 더 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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