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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Sep 16. 2022

23화. 가을이 온다

시애틀 쿨가이 - 23

하늘에 분홍빛 가득했던 어느 날.

벌써 9월, 그리고 9월도 절반이 흘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게 가을이 찾아왔다. 날씨는 부쩍 쌀쌀해졌다. 쌀쌀해진 날씨와 계절의 변화로 한 달 전에 한국에 있었다는 사실은 점점 희미한 기억이 되어간다.


시애틀에 온 뒤로 3년 하고 4개월이란 시간이 지나서야 한국에 갈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지만 2020년에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자가격리가 해제된 뒤에서야 한국을 갈 수 있었는데 도착한 후 첫인상은 “덥다”였다.


3주라는 시간을 한국에서 가족들과 보냈다. 3년 넘는 시간이 지나서 모든 것이 어색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시애틀에 잠시 여행 갔다 돌아온 듯한 느낌처럼 모든 것이 익숙했다. 지내는 동안 운전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운전도 마치 계속 한국에서 운전을 해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단지 적응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무더운 날씨였다. 습도를 동반한 더위는 시애틀에서 3년 넘게 지내며 잊은 듯했다. 도저히 적응되지 않았다. 몸에서 땀이 용솟음 치려할 때는 언제든지 시애틀에 돌아가고 싶었다.


한국에 지내는 동안 시애틀의 여름은 지나갔다. 시애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여름을 놓쳤지만 가족들과 오랜만에 시간을 보낸 것에 만족했다. 다만 한국에서와 시애틀에 돌아온 뒤 2주간 시차 적응으로 힘들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새벽에 깨고 아무리 노력해도 밀려오는 낮잠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몸이 정상화되지 않아서 일은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지금은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리고 9월이 되고 어느덧 아들은 학교 갈 날이 다가왔지만 시애틀 공립학교들은 열지 않았다. 가장 큰 사안으로는 시애틀에서 특수교사 수를 줄였고 교직원 측은 특수교사 수를 늘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잘 진행되지 않았다. 그로 인해 학교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데 5일이 걸렸다. 빠진 수업일수는 어떻게 채워줄 것인지 궁금하다.


밖은 쌀쌀해졌다. 날씨는 흐린 날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올해는 산불로 인해서 며칠간 공기가 좋지 않았다. 지금은 대부분 정상화가 된 것 같지만 아직까지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동부 쪽에는 산불이 남아있는 듯하다.


가을. 한국에서는 가을이 좋았다. 여름보다 덥지 않았고 겨울보다 춥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시애틀에선 여름이 가장 좋다. 가을은 겨울의 우기로 넘어가는 중간 지점이다. 그래서 비 오는 계절이 조금은 늦게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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