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 직장생활 생존기 - 25
어쩌다 보니 마지막 글을 쓴 지 일 년 하고도 조금 지났다. 어쩌면 그동안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이 부족했는지도 모르겠다.
팀을 옮긴 지는 일 년 하고 3개월이 지났다. 열심히 적응하고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였지만 굳은 머리는 돌아가지 않았고 팀이 언제나 내가 바라보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느꼈다. 물론 누가 옳았는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결과가 나오겠지만 팀의 방향성이 그렇게 마음에 들진 않았다.
7-8월에 한국에 3주간 갔었다. 가기 전에 조직 개편이 이루어졌다. 팀이 하는 일은 변함이 없었지만 위에 리더만 바뀌었다. 3주간 자리를 비운 후 돌아왔을 때는 모든 것이 달라져있었다. 몇몇 팀원들이 퇴사하거나 다른 팀으로 이동했고 오기로 한 사람들은 다른 회사로 가버렸고 팀의 방향성은 전혀 생각지 못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다. 조직 차원에서 일 년간 목표로 한 수치가 있었다. 그 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팀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팀차원에서 목표로 한 수치가 있었다. 이 수치는 우리 팀에만 해당이 되었는데 그 수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 팀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협조적인 팀들도 있겠지만 보통의 팀들은 자신들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를 향해서 가지 다른 팀의 목표를 향해가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 팀에서 그 목표를 이루고자 어떻게 하였을까? 바로 우리 팀원들을 갈아서 다른 팀들이 우리 팀의 목표를 맞추게 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말이 조금 어려웠는데 쉽게 말하면 다른 팀들의 소스 코드를 수정해서 우리 팀의 목표를 맞추자는 것).
휴가 복귀 후 첫 회의에서 그 말을 들었을 때 이 무슨 X신같은 전략인가 싶었다. 때가 조금 지나서 팀의 리더들이 다 같이 모여서 팀의 목표에 대해서 의논하는 자리가 있었다. 거기서 팀의 목표가 나왔을 때 난 "왜 우리가 제어하지 못할 목표를 가지고 있나? 그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 비싼 인원들을 그렇게 쓰는 게 맞나?" 하는 질문을 하였지만 그리 유쾌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 그중 한 명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이런 식으로 인력을 계속 유지하면 다들 다른 곳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난 공감의 눈빛을 날렸다.
(회의에서 더 많은 것들이 나왔지만 자세한 것은 생략)
그 뒤 속칭 "타이거 팀"이 결성되었다. 모든 일은 중단하고 다른 팀들의 소스 코드를 고치는 일을 하는 X신같은 팀이었다. 타이거 팀은 다른 팀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오로지 우리 팀의 목표만을 위해서 그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팀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팀 내에서 농담 삼아서 "우리 이런 목표도 있는데 타이거 팀에게 주면 어떨까?" 하는 말도 나왔다.
내가 속한 팀 (팀 속의 팀)은 조직의 목표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모두 타이거 팀으로 귀속되었다. 타이거 팀의 역할은 매일 바뀌었다.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한 것처럼 자신들의 목표를 타이거 팀에 넣으면서 어떨 때는 일이 간편했다가 어떨 때는 일이 늘었다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제껏 아마존에서 10년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처럼 X신 같은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오늘 느꼈다. 이제 다시 다른 곳으로 갈 때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