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 직장생활 생존기 - 25
팀을 옮긴 지도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그와 동시에 아마존에 다니게 된 지도 9년이 지났다. 내년까지도 다닌다면 붉은 배지를 받을 수 있다. 영광일지 아닐지는 두고 봐야 할 일.
두 달 동안 느낀 점은 정말 어렵다는 점. 무엇이 그리도 어려웠을까? 사실 AWS를 접한 지 벌써 10년이 넘는 세월이기에 이 정도면 기본적인 서비스들과 중요 서비스들은 어느 정도 섭렵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최근 나온 AI/ML 관련해서는 지식이 없기에 아직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진 못한다. 그리고 지금 팀은 지금까지 내가 다뤄왔던 문제와는 또 다른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관련 지식이 없어서 두 달 동안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관련 지식이 조금씩 쌓여갈 때 즈음 매니저는 나에게 어김없이 일감을 주었다. 그 일감은 팀을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좋을까 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 팀에 들어오기 전에 팀에 있다가 다른 팀으로 간 사람과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솔직한 의견으로 "팀의 방향성을 잘 모르겠으며 내가 하려고 하면 다른 곳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어디에 집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래도 당시에 나는 팀을 정말 옮기고 싶었기에 그 의견을 받아들이면서도 관련 지식이 전무하기에 할 수 있는 신선한 생각들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입장벽은 너무도 높았다. 조금 알겠다 싶으면 새로운 용어와 절차가 나오고 그것도 조금 알 때가 되면은 다른 절차와 문제가 나왔다. 그러면서 팀이 앞으로 집중해야 하는 방향을 찾는 미션은 여러 번 좌초되었다가 다시 살아나고 다시 좌초되고 다시 살아나고를 반복했다. 전에 팀에 있던 사람이 한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이미 다른 곳에서 진행할 예정이고 그러다 보니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많은 고민이 되었다. 결론은 일단 해보자였다. 다른 팀에서 진행할 예정이지만 많은 것들이 인력 부족이라는 이유와 다른 영역에 집중한다는 이유 등으로 기약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우리 팀은 기약 없는 약속을 기다려야 하는가? 난 실패를 하더라도 빨리 실패를 하고 기약이 없는 제품을 기다리다간 한 발짝도 못 나갈 것이라 판단하였기에 일단 진행하는 쪽으로 매니저와 얘기했다.
두 달 동안 거의 문서 작업에만 집중한 것 같다. 이제는 문서를 제품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두 달 동안 한 일이라고는 실상이 남지 않은 이야기만 펼친 꼴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흥미진진하면서도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걱정이 미래를 해결해주진 않을 테니 그저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