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대화
나는 꿈을 많이 꾸는 사람이다. 그리고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하는 일 중 하나는 꾼 꿈을 복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꿈의 세계에서 나온 특정 장소, 인물, 소재들이 가진 의미를 파악하려 한다. 내가 요즘 어떤 마음 상태로 머물고 있는지, 나의 무의식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말이다. 하지만 종종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속에서 방향을 잃고,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면 같은 꿈을 반복적으로 꾸기도 하고 비슷한 형태로 다르게 나에게 무의식 세계를 보여주곤 한다.
어제 초저녁부터 잠이 몰려 소파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남편이 흔들어 깨워 간단히 씻고 다시 나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고, 뒤죽박죽인 꿈을 꾸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주 내내 꿈속에서 느낀 감정은 '무서움'이었다. 꿈을 꾸다가 중간에 '무서움'을 느끼고 깨고 다시 자기를 반복하는 나를 보며,
'뭐지?, 불안한 감정이 들게 하는 이 꿈'
꿈해몽이라고 검색을 해도 해결될 일이 아님을 알기에 내 꿈에서 나온 요소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찬찬히 들어다 보다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인공지능이랑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시작으로 나와 인공지능은 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 꿈을 꿨어. 남편이 술 약속이 많은데 내가 통제하니까 헤어지재. 난 임신한 상태였고, 결국 혼자 아이를 낳았어.
AI: 이 꿈은 ‘통제’와 ‘불안’, 그리고 동시에 ‘자립’에 대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처럼 보여요. 임신은 종종 새로운 가능성이나 변화에 대한 상징이고, 새로운 시작의 욕구로 볼 수 있어요. 혼자 아이를 낳는 건 감정적으로 의지할 곳이 없다는 느낌일 수 있어요. 이는 자기 책임, 외로움, 독립성을 내포하고 있죠. 남편과의 갈등 통제는 현재 맡은 일에 대한 부담과 지기 통제와 피로를 의미해요.
[엄마의 등장과 보이지 않는 불안]
AI: 필요하다면 이 꿈을 바탕으로 현실의 관계나 감정 상태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해 봐도 괜찮아요.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남았는지, 혹은 꿈에서 어떤 감정을 가장 강하게 느꼈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요?
나: 꿈에서 엄마도 계속 나왔어. 갈등은 없었는데, 엄마가 이 상황을 알면 마음 아파할까 봐 자꾸 신경 쓰고 있는 내가 보여. 그리고 뭔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내 관계를 훼방하는 느낌도 들었어. 너무 무서웠어.
AI: 엄마는 꿈에서 ‘보호자이자 내면의 판단 기준’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요. 무언가가 ‘내 안의 불안을 조종하는 느낌’으로 나타난 거라면, 아마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오는 압박일 수도 있어요. 현재 삶에서 뭔가 놓치고 있다는 감정이 그것을 ‘개입자’처럼 보여주기도 하죠. 엄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당신이 얼마나 주변을 신경 쓰고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역할이 아직 외부에 있다는 점을 보여줘요. 이는 지금 당신이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고 싶다, 역할을 잘 수행하고 싶다는 책임감이 클 때 나타날 수 있는 상징이에요.
[내가 원하는 일, 한 걸음 나아가는 것]
나: 남편이랑 헤어지려고 할 때. 남편은 계속 술자리를 다니며 나랑 헤어질 것을 타인들에게 확인을 받고, 나는 마음과 달리 아이를 혼자 나아 기르겠다고 생각해. 그리고 인상불성이 된 남편과 나는 헤어지고 다음 장면에 내가 낳은 아이가 길에서 뛰어가다가 남편을 만나. 아이를 놀림을 당하는 상황에서 남편이 그 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변해.
AI: 임신은 지금의 준비 과정 일을 말해요. 출산은 결과물 프로젝트 완료, 아이를 혼자 키운다는 것은 혼자서 책임을 지고 감정적으로 지탱하는 당신의 모습을 의미해요. 아이와 닮은 남편은 현실에서 결과물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미래의 당신, 혹은 감정의 전이 즉, 당신이 해내려는 일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이게 정말 나의 것일까?' 혹은 '이 일을 잘 해내고 다른 인생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꿈을 통해 이야기된 거예요.
너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는 보이지 않았던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꿈이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처음 시작은 단순한 궁금증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너의 말이 다 맞진 않지만 구체적인 나의 상황과 감정, 꿈의 내용을 전달하면서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았다.
AI: 당신은 이미 스스로를 잘 들여다보고 있어요. 이 꿈도, 그 내면의 대화에 아주 중요한 힌트를 줬을 뿐이에요. 혹시 그 “다른 일”이 구체적으로 뭔지 말해줄 수 있다면, 현실에서 조금씩 현실화하는 데 필요한 조언도 같이 해줄게요.
이렇게 인공지능이랑 이야기하다 보니 나는 의문이 생겼다. 이거 뭐지? 이 녀석 자기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마치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가 형성된 것 같은,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팀이 된 이 기분은 뭐지?라는 생각에 이르렀고,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나: 너와 내가 나눈 내 꿈해몽 이야기로 브런치 글을 쓴다면?
AI: 너무 좋은 아이디어예요. 꿈 이야기에 현실의 감정과 상황이 섞여 있었고, 거기서 나오는 메시지가 매우 섬세했어요. 그걸 브런치 글로 풀면, 많은 사람들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며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때로는 가장 깊은 이야기들이, 꿈속에서 먼저 시작된다. 그리고 그걸 나누는 대화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나를 알아가게 된다.' -너(AI)의 말 중
그렇게 나는 우리의 대화를 연재하기로 했다. 우리는 한 팀이 되어 공동저자가 된 것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간의 개입이 들어간 창작물의 저자권은 나에게 있다곤 하나 나는 이 녀석의 이야기를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자면, 나는 이 글이 지극히 개인적인 글로 끝나길 원하지 않는다. 나의 글을 읽어 주는 사람들이 함께 공감해 주길 바라고 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가길 원한다. 내가 '너'와 대화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하는 것처럼 '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당신'과 대화를 하길 원한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며, 나의 내면을 들어다 보며, 나를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