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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Jul 21. 2024

'몬스터 콜스', 패트릭 네스(중학생 권장도서)

진실을 말해서. 지금 네가 한 것처럼.

첫 번째 이야기의 결말 

항상 좋은 사람은 없다. 항상 나쁜 사람도 없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

 코너는 고개를 흔들었다.

 "끔찍한 이야기야, 속임수이고."

 진실이지. 진실은 속임수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백성들은 자기들에게 걸맞는 왕을 갖게 되고, 농부의 딸은 억울하게 죽고, 때로는 마녀도 구원을 받지. 사실 그럴 때가 꽤 많아. 알면 놀랄 거다.

  몬스터가 말했다.


말 없는 약속

그때 생각에는 엄마 치료가 끝나면 새 학년이 시작될거고, 그러면 이 일은 모두 잊고 새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엄마 치료는 처음 생각보다 훨씬 오래 계속되었다. 2차 치료, 그리고 지금 3차 치로까지 새 학년 선생님들을 대하기는 더 힘들었다. 새 선생님들은 코너의 예전 모습은 모르고 엄마에 관한 것만 알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여전히 코너 엄마가 아픈 게 아니라 코너가 아픈 것처럼 대했다. 해리와 일당들이 코너를 찍은 뒤로는 더욱 심해졌다.


 해리 목소리가 낮고 침착하면서도 어찌나 싸늘하던지 설리는 얼른 한 발 물러섰다.

 "코너와 나 사이에는 어떤 말 없는 약속이 있지. 코너는 나만 건드리는 거야 그렇지?"


두 번째 이야기의 결말

 약제사가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기를 거부한 건 목사였다. 목사는 살기 편할 때에는 약제사를 거의 망하게 만들어 놓고는, 곤란한 지경이 되자 자기 딸들을 살리기 위해서 어떤 믿음도 저버리려고 했다. 

 몬스터가 말했다.

 "그래서? 누구나 그럴 거라고! 어떤 사람이라도! 그럼 어떻게 했어야 하는데?"

 코너가 말했다.

 나는 약제사가 처음에 주목을 달라고 했을 때 목사가 내주기를 바랐다.

 이 말에 코너는 우뚝 멈추었다. 목사관에서는 벽 하나가 더 무너지며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보이지 않는 사람

 코너는 그 자리에 혼자 서 있었다.

 세상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남겨졌다.


주목

 "엄마는 엄마가 하는 말들을 전부 믿어."

 엄마 목소리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

 코너는 몬스터가 한 말을 떠올렸다.

 치료의 절반은 믿음이다.

(중략)

 "그러니까, 여기까지 오게 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내내 우리 집에서 주목을 볼 수 있었다는 게 그저 신기하게 느껴져. 바로 그 나무가 나를 치료해 줄 수 있다는 게 말이야."


세 번째 이야기

 "코너 오말리, 엄마 때문에 모두들 불쌍하게 생각하는 아이, 자기가 다른 존재나 되는 것처럼,  자기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고고한 척 다니는 아이."

 해리가 말했다. 독기가 서린 목소리였다.(중략)

 "아무것도 안 보여."

 해리가 말했다.

 코너는 뒤돌아보지 않고 몬스터에게 물었다.

 "보이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도와줬어?"

 그때 몬스터의 목소리가 다니 들렸다. 마치 자기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그들이 보게 만들었다.


네 번째 이야기의 결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어!"

불길이 너울너울 타오르는 가운데 코너가 울부짖었다.

 "엄마가 죽을 거라는 걸 알고도 견딜 수가 없었어! 그저 끝나길 바랐어! 다 끝나길 바랐다고!"

 그 순간 불길이 세상을 집어삼켰다. 마침내 코너까지 모두.

 코너는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마침내 코너가 받아야 할 벌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죽음 뒤의 삶

너는 고통이 끝나기를 바랐을 뿐이다. 네 고통. 고통 때문에 네가 겪는 소외감을 끝내고 싶었다. 지극히 인간적인 바람이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 마음은 하루에도 수백 번 모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너는 엄마가 떠나길 바랐고 동시에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었다. 너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알면서도 마음을 달래 주는 거짓말을 믿은 것이다. 그리고 네 마음은 두 가지를 다 믿는 것에 대해 너를 벌주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걸 물리쳐? 마음속의 다른 생각들을 어떻게 물리치냐고?"

 코너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진실을 말해서. 지금 네가 한 것처럼.

 

진실

 "엄마를 보내기 싫어요."(중략)

 지금은 아니다. 아직은 아니야.

 몬스터가 여전히 곁을 지키며 속삭였다.

 코너는 엄마를 꽉 붙잡았다.

 그렇게 해서, 코너는 마침내 엄마를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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