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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Jul 14. 2024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여행 에세이)

벽에 쌓인 시간마저 나는 무슨 대단한 예술 작품처럼 바꾸니 말이야.

-여행자는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는 사람이죠.

-낮에는 해에 가려 보이지 않던 산이, 해가 넘어가기 시재하니까 그제야 모습을 드러낸 거야. 그게 또 무려 후지산이었어.

-어렵게 도착했지만, 딱히 목적지는 없었어요.

-그러다 문득, 곤돌라 바닥에 누웠다고. 눈에 보이는 건 까만 하늘과 별 그리고 베네치아의 좁은 건물들. 들리는 건 촤락 착, 촤락 착, 노에 물이 부딪히는 소리뿐

-어디에 쓰려고 그렇게냐 찍는 거냐고? 그걸 나도 모르겠어. 옛날에도 몰랐고, 지금도 몰라. 그냥 좋으니까 찍는 거야. 찍으면 좋으니까 쓸데없이 많이 찍는 거야. 그럼 그만큼 즐거우니까.

-고작 그 작은 골목을 헤매기 위해 그 멀리까지 갔냐고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고작해야 한 줌밖에 안 되는 골목을 이만큼이나 큰 보석으로 바꾸다니, 이 정도면 거의 현대판 연금술사 아닐까? 작은 돌멩이 하나도 웃음으로 바꾸고, 벽에 쌓인 시간마저 나는 무슨 대단한 예술 작품처럼 바꾸니 말이야.


-핵심은 '그림을 그렸어'에 있었죠. '대단한 진전'이 아니라'더 많은 그림'이 아니라 그냥 '그림을 그렸어'에 있었죠.

-제가 writer의 마음을 결코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당신도 서점의 영혼을 버리지 못하고 있잖아요.

-어쨌거나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힘들어하는 남편을 데리고 숙소로 돌아왔어요. 당신이 내어준 따뜻한 요리와 따뜻한 허풍 덕분이에요. 결코 약의 힘이 아니었어요.

-온 사방이 너무 광활하고, 우리는 너무 작고, 큰 나무는 아예 생존을 할 수 없누 척박한 땅에 노란 들꽃만은 지천이야

-딱 소화하기 좋을 정도로 작고 가벼운 사고, 여행자의 이 간사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별한 맛을 더 특별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40년 넘게 몸속에 박혀 있는 국물과 한식의 DNA도 존중해줄 필요가 있으니까.

-우리의 10대에 너를 심어두고, 나는 20대로 건너가볼게. 가장 밝게 웃었던 그 순간의 너만을 기억하며 힘을 내볼게. 이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지만 중간에 그만 가는 일은 없을 거야.

-덕분에 무사합니다.

-심지어 버스가 포틀랜드 중심가에 저희를 내려줬을 때 제가 제일 먼저 마주친 풍경이 뭔지 아세요? 연두빛 나무 터널 밑으로 휠체어를 탄 사람이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고, 유유히 길을 건너고 있는 풍경. 그 풍경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너무나도 낯설었어요.

-비수기의 매력을 한번 알아버리면 도저히 끊어낼 수가 없더라고요. 한적하고, 담백하죠. 사람으로 말하자면 비수기의 도시들은 꾸밈 하나 없는 말간 얼굴을 마주하는 느낌이거든요.

-확실히 사장님에게는 대단한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단 한번의 스침을 인연으로 만드는 재주가. 다양한 스침을 인연으로 끌어안는 품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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