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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Jul 07. 2024

외로움 반장, 백혜영(초등 고학년 권장도서)

나만 미운 오리 새끼

 하아, 없다. 아무리 쥐어짜 봐도 자랑할 게 아무것도 없다. 쿵이가 공원에 싼 똥을 말끔하게 치워 줬다고 하면 비웃음만 사겠지?

 나만 빼고 모두 즐거워 보였다. 또 낭산 미운 오리 새끼가 된 기분이다.


 잘난 언니랑 동생을 뒀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물론 자랑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언니랑 행운이 사이에 끼어 있으면 자꾸만 내가 작아진다.


외로움 반장을 뽑는다고?

 "외로움 반장이 있다면 선생님이나 회장, 부회장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것들을 챙길 수 있을 거예요. 외로움 반장은 우리 반에 외로운 친구가 있는지 늘 관심을 가지며 주변을 살피고, 그 아이의 친구가 되어 주면 좋겠어요. 쉬는 시간에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고민을 들어주거나, 집에 갈 때 같이 갈 수도 있겠지요?"


 휴우,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은 나에게는 틀린 말 같다. 나빛나 유틱스타를 볼수록 내가 외로움 반장을 하지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만 밀려들었으니까.

 "흐엉, 나 어떡해......."


결전의 날

 그러고는 어젯밤 열두 시까지 연습한 후보 연설문을 읊기 위해 천천히 입을 뗐다.

 "여러분, 외로움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중략)

 "연관된 단어로 '고독지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고독지옥이 뭐냐? 외로움이 너무 심해 지옥과 같이 느껴지는 외로움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외로움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기에 지옥같이 느껴진다는 걸까요? 우리 반에 지옥같이 심한 외로움을 느끼는 친구가 있다면 저는 무척 슬플 것 같습니다."

 엄마는 며칠 전 언니가 상을 받았을 때보다 더 격하게 춤을 추었다.


살짝 보탠 거짓말

 사실 차은진이나 이예림 모두 지금껏 몇 마디 나누어 보지 않은 친구들이다. 그런데 외로움 반장이 되고 보니 평소 친하지 않았던 아이들에게도 다가갈 용기가 솟아났다.


 내가 반장이 되길 바랐다고? 나를 열심히 밀어줘? 반장 하는 게 부담됐다는 애가 떨어지고 나서 나를 그렇게 째려보니? 나빛나는 사실에 거짓말을 살짝 보태 자신을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고 있었다. 외로움 반장 선거에 나온 것도 유틱스타에서 '좋아요'를 받고 싶어서였겠지, 생각할수록 열이 올랐다.


 "도운아, 네가 빛나 좀 이해해 주면 안 될까? 빛나도 많이 힘들 거야."

 주하의 말이 서운했다.


우정보다 사랑?

 단짝을 잃는다는 건 한쪽 날개를 잃은 새와 같다는 말을 어디선가 본 적 있다.


어쩌다 오지랖 반장

"빛나가 외롭긴 뭐가 외로워? SNS에 친구가 천 명도 넘게 있고, 글만 올렸다 하면 하트 뿅뿅 받는데!"

 "도운아, 그게 아니라......"


친구의 배신

 "내가 심해? 대체 뭐가 심한데? 너. 왜 자꾸 나빛나 편만 드는 거야, 네 단짝이 언제부터 나빛나로 바뀌었냐고(중략)"


 "우리 반에 진짜 외로운 친구가 누군지 잘 생각해 봐."

 주하는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이런 게 혹시 외로움?

 "뭔가 이상해."

 나빛나 유틱스타를 한참 들여다보다 나도 모르게 이 말이 튀어나왔다.


 그때, 누군가로부터 톡이 왔다. (중략)나에게 연락한 사람은 안타깝게도 주하가 아닌, 우리 반 김현이었다.


또 다른 세계

"음, 꼭 책이 아니더라도 괜찮아. 지금처럼 외롭다고 느껴질 때 현이 네가 좋아하는 걸 우선 해 봐. '소확행'이라는 말 알지?"(중략)

 채이영 말을 들으니 머릿속이 조금 환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손가락을 통 튕기며 외쳤다.

 "한마디로 외로움을 느끼는 지금 이 시간을 슬기롭게 잘 보내라. 이거네? 그러면서 미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채이영이 왜 혼자 있어도 외로워 보이지 않았는지 이제야 알았다. 채이영은 외롭다고 움츠러들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스스로 즐거움을 찾았다. 그러니 당당했던 거다. 그러 채이영이 새삼 멋져 보였다.


진짜 외로운 친구


세 친구


내가 뭐, 어때서?

 빛나는 요즘 SNS에 우리 삼총사 사진도 자주 올린다. 남들한테 자랑하고 싶은 사진이 아니라, 예전처럼 가장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SNS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하루하루 팔로워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좋아요'도 한 자릿수로 떨어졌지만 빛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너희들이 더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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