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 가족은 한 달 반 유럽여행을 했다.결혼할 때 남편은 교사 임용을 합격 후 대기 발령 상태였고 나는 임용 시험 준비생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양가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으로 결혼을 했다. 해외여행이라곤 학부 때 남동생과 함께한 인도가 전부인 나는 유럽을 가고 싶었다. 그러나 부모님께 손 벌리는 입장에서 우린 신혼여행 경비가 많이 부담이 되는 곳을 선택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아쉬운 마음때문에 막연하게 결혼하고 10년이 넘으면 유럽을 가자고 신혼 초에 남편과 얘기를 하곤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리고 우린 첫째가 4학년 둘째가 2학년이 된 결혼 12년 차에 여행을 떠났다. 한 달 반 동안 우린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많은 추억과 사진을 남겼는데 내 기억에 자리 잡은 최고의 장면을 떠올려 보자면 바로 스페인 몬테라트 수도원을 돌아보고 숙소가 있는 바르셀로나로 가는 기차를 기다릴 때이다. 갑자기 비가 내렸다. 나는 내 겉옷을 벗어 아이 둘을 감쌌고, 그런 나를 감싸서 자기 몸으로 우리의 우산이 되어준 남편. 그 남편이 정말 든든하게 여겨지고 우리 모습이 마치 황제 펭귄 가족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