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창현 Dec 22. 2021

책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출판 초보를 위한 가이드(1)

0. 왜 쓰는가. 


책을 출판해봐야 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여러분이 죽는 순간부터 여러분은 잊혀진다. 책을 한 권이라도 내면 국립중앙도서관에 여러분의 이름이 죽고 나서도 남아 있다. 그 외에도, 돈을 벌기 위해서, 자기 브랜딩을 하기 위해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여러 목적으로 책을 쓸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죽은 후에도 기억되고 싶다는 것. 서른 전에 첫 책 내는 것이 꿈이었고, 이뤘다. 지금까지 3권 냈으며, 40대에도 몇 권 더 내고 싶다. 


책을 내고 싶지만, 쉽지 않다. 처음에 어디에서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부터가 막막하다. 나 역시 첫 책을 내기까지 진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이 글에 간단히 경과 및 노하우를 남김으로써 책을 어떻게 출판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고자 한다. 


1. 전제: 도대체 이 책을 누가 왜 사서 읽어야 하죠? 


모든 일을 할 때 마찬가지이지만, 책을 쓰려면 먼저 자신이 책을 쓰려고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돈을 벌고 싶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긴 한데, 그러려면 다른 일을 할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갑자기 유명해져서 지금 시점에 책을 내면 팔릴 것 같은 경우에 "돈을 벌고 싶다"는 이유로 책을 써도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책의 거의 대부분은 초쇄를 넘기지 못한다. 내 첫 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돈 벌려고 책을 쓰려고 한다면, 그 시간부터 차라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더 남는 일이다. 


"누구를 위해서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쓸 것인지"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나의 세번째 책이자 그나마 가장 팔렸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인 "Do it! 파이썬 생활프로그래밍"은 파이썬 책을 1권 정도 독학해본 사람들이 다음 단계에서 해봐야 할 예제들을 통해서 파이썬의 이해를 심화하겠다는 용도로 썼다. 나도 파이썬 책을 5권 이상 사서 보았지만, 모두 for문 while문, if문에 대한 기초설명부터 시작해서 가벼운 예제까지 다루는 정도였고, 그 다음에 내 일상과 생활, 업무와 연구에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에 대한 책이 별로 없었다. 항상 나는 "파이썬 책은 왜 어렵기만 하고, 정작 필요한 부분을 자세하게 얘기해주는 책이 없을까?"란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내가 쓰게 된 것이다. 


첫 책, "질러, 유라시아!"를 쓸 때는 "내가 이렇게 글을 잘 쓰고 여행을 많이 다녔으니 책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생각은 중요한 점이 빠져있었다. "어떤 독자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런 고민들은 처음부터 저자가 다 하긴 어렵고, 편집자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다듬어져 간다.


신해철이 예전에 한 얘기가 있다. 공연장을 눈물 바다로 만드는 방법, 1명을 계속 쳐다보면서 울 때까지 노래를 부른다. 걔가 운다. 걔 옆에 애도 운다. 다 운다.... 즉, 한명의 정확한 니즈를 충족시키면 그 다음 사람의 니즈 역시 충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건 브랜딩에 대한 얘기지, 책 쓰는 얘기가 아니지 않느냐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의외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당신이 책을 내려면 먼저 출판사가 당신하고 계약을 해줘야 하고, 출판사 대표나 편집자가 당신의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할 이유를 발견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 스스로가 내 책이 누구를 위해서 왜 이 세상에 나와야 되는지 알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단 몇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들이 제작자를 만날 때 자기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을 '피칭'이라고 하는데 결국 책을 내려는 사람도 '피칭'의 귀신이 되어야 한다. '피칭'을 잘 하려면 자신이 내고자 하는 책의 수요와 니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기억하자. 우리가 내고 싶은 건 책이다, 일기가 아니라.... 즉 아마존의 나무를 베어서 굳이 종이책으로 만들어 내야 할 긴박한 필요가 없으면 사실 세상에 나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판매용으로 출간되는 책은, 엄밀히 말하면 글의 모음이라기 보다는 글로 이루어진 상품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자본주의 로직을 통과하면서 엄청나게 섬세하게 타게팅된 정보를 습득하는데 귀신이 된 사람들이다. 어설픈 자료집, 수기 따위 절대 사서 읽지 않는다. 자기는 글을 못 써도, 잘 정제된 글만 보고 싶어하는 것이 자본주의 독자의 특징이다. 


한줄요약: 출판의 전제 조건, 누가 왜 이 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설명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학원에 가면 안된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