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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Dec 23. 2021

책을 내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2)

집필 쓰레기론



집필론 1편을 보고 싶으신 분은  https://brunch.co.kr/@skytreesea/129 지난 시간에 이어가 본다.


핵심은 누가 왜 이 책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독자들은 타겟팅된 정보를 습득하는데 귀신이 된 사람들이라 여러분이 목적 없이 대강 흘려 쓴 글에 절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사실은 어제도 책을 내고 싶다는 사람을 만났다. 흔한 일이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창작자가 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전국민의 80% 이상이 대학을 나온 우리 나라의 경우 결국 그 창작의 에너지는 책으로 모인다.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이 있다.  


1. 책을 내고 싶은데 글 재주가 없다.  

2. 책을 내고 싶은데 정리가 안된다.  

3. 책을 내고 싶은데 ....


그런데 아주 놀라운 현상은, 예를 들면 다이어트를 위해서 달리기를 하라고 하는 과정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1. 달리기를 하고 싶은데 트레드밀에서 하는 건 위험하다고 들었다.  

2. 달리기를 하고 싶은데 지금은 몸무게가 너무 많이 나간다.  

3. 달리기를 하는 것은 무릎에 안 좋다.(고 들었다.)


먼저 달리기를 위한 처방은 너무 쉽다.


"몸무게가 나가세요? 그럼 달리고, 무릎이 아프면 그 때 쉬세요. 저는 96kg부터 시작했습니다만.."


다들 수긍한다. 그리고 나서 대부분은 뛰지 않는다.


일 년 뒤 만나면 "저 무릎이 아플 것 같아서 못 뛰고 필라테스 알아보고 있어요." 이런다.  그럼 창작자가 되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아주 단순하다. 글을 쓰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듯, 글을 쓰지 않으면 절대 책을 쓸 수 없다. 그런데 의외로 평소에 잘 글을 쓰지도 않고, 읽지도 않는 사람들 조차도 "책을 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스티븐 킹과 김영하가, 좋은 작가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는 내용 중 공통되는 게 하나 있다.


"쓰라" "규칙적으로"  


일단 글을 써야 작가가 될 수 있다. 교수님의 초청으로 서울대에서 '지리논술강의' 특강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학생들이 나에게 물어봤던 것이... "선생님은 어떻게 글을 쓸 용기가 생기셨어요? 저는 제 생각을 남들이 알까봐 무서워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아직도 그 질문이 아주 선명하게 기억난다. 이 학생만큼 자신이 글쓰기를 하지 못하는지 잘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고 생각한다.  


 글을   있는 사람은 결국 책을 내고 작가가 된다. 어렸을    쓴다 하는 애들(이라고 하기엔 이제 다들 어엿한, 존경받는 위치에서 일하고 있는) 결국 책을 쓴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원고지 타령이라고 할 수 있지만, 원고지 단위가 바로 돈 주는 단위였던 시절을 떠올려 보며 다음 공식을 만들었다. 한 주제에 대해서 100,000자를 썼으면 여러분은 이미 작가다. 대부분 사람들이 10만자는 커녕 1만자도 쓰지 않으면서 책을 내겠다고 한다.  일단 한 주제에 대해서 10만자를 쓰고 나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나는 이런 걸 자주 느끼는데, 어떤 작가의 책을 읽으면, 처음보다 나중에 문장이 좋아진다. 처음은 아주 조악한데 절반 넘어가면 문장이 좋아지고, 생각이 정갈해진다. 이게 무슨 뜻이냐.... 작가가 이 책을 쓰면서 문장력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쓰면서 배우는 거다. self-taught 한 거다.  


달리기를 할 때 온갖 생각이 든다.  


"아, 이거 한다고 살이 빠지나?"

"아 숨찬데, 조금만 쉬었다 할까?"

"무릎 아프면 어떻게 하지?"

"아이스크림 먹어도 되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뛴다.  글을 쓸 때도 이런 생각이 든다.  


"내 생각을 이렇게 말해도 되나?"

"독자들이 이걸 좋아하려나?"

"이 책 내고 비웃음만 사지 않을까?"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 많은데 이렇게 허접한 글을 써도 되나?"


내가 "질러 유라시아"를 쓸 때 딱 그랬다. 나는 "떠나는 자만이 인도를 꿈꿀 수 있다.", 혹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인도 방랑"과 같은 글을 쓰고 싶었는데, 돌아보면 내 글은 내가 봐도 노잼이었다.


사람들이 이걸 읽을 이유도 없고, 재미도 없었다. 그런 나조차도 책을 세 권 냈다.


여러분이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한 주제로 계속 글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나만의 10만자를 만들어놓고, 그 다음에 이야기하면 된다.  일단 10만자를 썼다면, 여러가지 문제가 해결된다. 출판사를 방문할 때, "제가 이런 원고 10만자를 썼습니다"라고 하면 말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10만자를 쓰면서 여러분의 생각은 놀랍게도 정리된다.


목차? 나는 그런 거 믿지 않는다. 글이란 건 한번 쓰고 나서 그 레고 조각을 나중에 얼마든지 앞으로 뒤로 붙여넣기 하면서 목차 수정 가능하다. 뼈대가 없으면 글을 못 쓴다는 말도 나는 믿지 않는다.  스티븐킹 역시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자신은 플롯따윈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소설에 해당되는 얘기지만, 아무튼....


그런데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10만자를 도전하지도 않고, 써보지도 않고, 근처도 가보지 않고, 그냥 "책을 쓰고 싶다"는 말을 반복한다. 내가 하도 답답해서,


"죄송하지만 한 10만자만 써보세요. 그리고 나서 다시 얘기합시다."라고 말하면... "책 쓸 때, 10만자나 써야 하나요?"라는 반응이다.


다시 말하지만, 하늘을 봐야 별을 딸 수 있다. 글을 써야 책을 쓸 수 있다. 혹시 글을 쓰지 않고, 어떤 어떤 자료를 모아서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면 과감하게 작가를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책은 "쓰는" 것이지, "모으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이 모아놓은 자료는 여러분이 한 줄 한 줄 머리속에서 정리해서 "쓰지" 않으면, 쓰레기라 한다. 쓰면 글이 되고, 안 쓰면 쓰레기가 된다.  오늘의 집필 팁: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 10만자를 써라.  


이거 역시 어떤 분들에게는 약간 어렵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역시 반응이 있으면 3탄으로 이어가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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