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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Dec 27. 2021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3)

책을 내려면 사람을 만나야 한다. 

지난 시간에 집필론을 잠시 다뤘다. 집필론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10만자를 채우라는 것이었다. 10만자 글을 쓰고 나면 일단 당신은 훌륭한 출발을 한 것이다. 심지어 책을 "썼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책을 "쓴" 것과, 책을 "출판"한 것은 다르니까. 여기서 한가지 주의할 점, 여기 저기서 쓴 글을 모아서 10만자 채우는 것은 반칙이다. 그건 책을 썼다고 할 수 없는 행위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써야 한다. 한 주제로. 그래야 책을 썼다고 말할 수 있다. 사정이 없어서 책을 "출판하지 못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다. 


https://brunch.co.kr/@skytreesea/130


출판의 충분조건은 책 원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원고가 없으면 책을 낼 수가 없다. 


그렇다면 출판의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여러분의 책을 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필요조건 아닐까?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출판/간"은 꽤 넓은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즉, 상업출판을 하지 않고, 스스로 자비를 들여 소소하게 인쇄를 해서 책을 만드는 것도 널찍한 의미로 출간이라 할 수 있고, 자비출판을 하는 경우에도 출판을 할 수 있다. 상업용 출판사가 자신의 책을 출판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그러므로 출판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다. 상업용 출판사와 계약을 한 이상, 특별히 프로젝트가 엎어지지 않는 이상 그 책은 출판하기로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 때부터 비로소 여러분은 출판의 프로세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미 1편에서 말했던 것처럼 책을 내려는 사람 역시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처럼 '피칭'을 해야 한다. 자신의 기획에 대해서 1분 이내로 말할 수 있는 것, 나아가서는 1분 이내로 "아 그거 출판할만 하겠네요.", "재밌겠네요."라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으면 반은 성공이다. 그리고 "출판하시지요."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면 금상첨화이다. 


https://brunch.co.kr/@skytreesea/129

책을 출판하고 싶은 사람은 출판과 관련된 사람과 만나야 한다. 개인적으로 책을 기획한 것은 2-3권 더 있었다. 기획한 책이 모두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에 나온 책의 공통점은 위 과정을 거쳐서, 즉 사람을 만나서 책을 내주겠다는 승락을 받아낸 것이다. 


좋은 그림은 이런 거다. 


작가: "제 구상은 이렇습니다. 요즘 이런 분야에 이런 트렌드인데, 이런 책이 없어요. 그런데 나는 저런 좋은 자료를 가지고 있답니다. 집필할 시간도 있구요. 세상에 나오지 않고 묵혀두긴 좀 아까운 이야기입니다만...?"

출판사 관계자: "당신의 이야기가 흥미롭군요. 책 출판과 이어질 수 있는지 좀 더 논의해볼 가치가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나의 세번의 출판은 대부분 저렇게 이뤄졌다. 결국은 이와 같은 일을 잘 해내려면 방법은 출판사 관계자들을 만나서 자주 그리고 깊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설마 이런 질문은 없기를 바라지만, "출판사 관계자를 어디에서 만나느냐?"라는 질문이 있을 수도 있는데,  1) 아는 사람을 건너 건너 소개를 받는 방법, 2) 직접 미팅을 제안해서 만나자고 하는 방법(이메일 등으로, 회신율 낮음 주의), 3) 출판사 관계자를 만났을 때 이 때다 하고 자기 아이디어를 말하는 것 등이 있다. 1)이 가장 좋지만, 의외로 3)이 잘 먹히기도 한다. 나의 경우 첫 책을 1)이었고, 두번째, 세번째 책은 3)이었다. 2)는 가능성이 좀 낮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중에 계약하기 편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처음 출판하고자 하는 작가는 "내 첫 원고는 허접 쓰레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야 한다. 물론 작가 개인 입장에서 그 원고는 최고의 노력이 들어간 작품일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최소 3권 이상 책을 쓴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못 쓴 원고는 처음 쓴 원고이다. 그러므로 본인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겸손하게 출판사의 로직을 따라서 출판을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으므로 나중에 "계약하기"에서 다시 다루기로 한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여러분이 책을 출판하기 위해서는 결국 출판사를 잘 만나야 한다. 첫번째로 여러분의 책의 가능성을 믿고 인내심을 가지고 초고를 출판해주어야 하고, 두번째로 책을 실제로 잘 만드는 출판사여야 하며, 세번째로 팔릴 수 있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여야 한다. 이 세가지 가능성이 다 갖춰질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그러니까 일단 첫 책이라면 '책을 내는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그것 역시 쉽지 않은 관문이다. 


나도 마찬가지고 모든 첫번째 저작을 내는 사람은 "자기 책이 대박이 나지 않을까?"하는 헛된 기대를 모두 가지고 있다. 드물게 그런 경우도 있다. 아주 드문 확률이다. 


여기까지 설명 역시 부족한 부분 투성이다. 그렇다면 부족한 책이라도 내야 한다는 것인가? 대박이 나지 않으니 포기하고 대충 쓰라는 뜻인가? 아무나 책을 내준다고 하면 선뜻 원고를 주라는 뜻인가? 


이 글은 여기에 대한 충분한 설명까지는 되지 못한다. 하지만, 아주 단순한 요약은 다음과 같다. 


한줄요약: 책을 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책을 낼 수 있다. 


나아가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할 이유를 최초 1명에게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세상에 책이 나오기 위한 필요조건 중 가장 중요한 필요 조건이다. 



반응 좋으면 역시 4탄 갑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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