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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Dec 29. 2021

출판 계약할 때 생각해볼 것들

책을 내고 싶은 많은 사람들에게(4)

지난 시간까지 했던 이야기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글에서 "왜 글을 써야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건 정말 이 시리즈를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책은 작가가 내고 싶다고 해서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올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만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런 분명한 심지가 없는 출판 기획에 출판사가 기획출판을 동의해줄 리도 별로 없다.

https://brunch.co.kr/@skytreesea/129

2번째 내용은 집필과 관련한 이야기로 일단 10만자를 써보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집필 파트는 별도의 시간과 공을 들여서 하나의 독립된 챕터가 될 만큼 할 이야기가 많은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초보 작가에게 10만자를 써보지 않았으면서 그냥 막연하게 책을 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끈기와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어떤 주제이든 기획의도가 잡혔다면 그 중에서 10만자는 써볼 수 있어야 한다. 10만자가 조금 많다면 5만자라도 좋다. 묵직한 글 덩어리를 써야지 작가가 되고, 작가가 되야 책을 낼 수 있다. 혹시 자기가 석사논문 10만자 써봤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다고 자기가 작가라고 믿지 않기를 바란다. 책을 쓴다는 건 학위논문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https://brunch.co.kr/@skytreesea/130


3편에서는 출판을 하려면 결국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즉, 자신의 책을 내줄 수 있는 출판사를 만나야 책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당연해 보이지만, 많은 사람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많은 초보작가들이 글을 쓸 줄은 아는데, 그 글을 어떻게 책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초보작가들은 책을 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책 전문가는 출판사에 있다. 그들은 수많은 초보 작가를 발굴하고, 책을 내서 수익을 내는데 관심이 있다. 초보 작가는 책 전문가인 마케터나 편집자를 만나야 기획출판을 할 수 있다.  

https://brunch.co.kr/@skytreesea/130

4편은 여러분이 피칭에 성공했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피칭의 성공은 연애로 치자면, "사귀자"는 말을 막 들은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출판사 관계자가 "이 책을 우리 회사에서 내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반은 성공이다. 그러나 연애와는 달리, 출판에는 "출판 계약서"라는 것이 존재한다. 고로 출판사와 계약서를 체결해야 어느 정도 궤도에 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출판 계약할 때 중요한 것들에 대한 글은 정말 많다. 여러분이 살짝 '출판계약'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본다면, 출판 계약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많은 분이라면 한 번 검색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시간이 없고, 대략적으로 출판 계약할 때 무엇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글을 시금석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1. 선인세

글 쓰는 사람이라면 '선인세'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2만원짜리 책에 작가가 10% 받기로 되어 있다면 1000권 팔았을 때 2000원*1000부 해서 200만원을 받게 된다. 이 때 선인세는 이 200만원 중 100만원을 먼저 주는 것이다. 그러면 작가는 500부 팔 때까지는 한 푼도 못 받다가(이미 100만원이 지급되었으므로), 501부 팔 때부터 1부당 2000원씩 받게 된다.


이 선인세가 왜 중요하냐면, 돈이 오고 가야지 초고 완성의 족쇄가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 출판 계약을 성공리에 체결했다 하더라도 책이 엎어지는 경우는 정말 많다. 그 정말 많은 경우 중 하나가 작가 자신이 원고를 완성하지 못해서인 경우도 많다. 출판사가 여러분의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고, 시간이 가면서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다. 나의 경우에도 출판 계약 맺어놓은 책 중 2개 정도는 아예 없는 이야기처럼 되어 버렸다. 사람 살다 보면 생기는 일들이다.


이 때 선인세를 받아놓으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게 된다. 여러분의 출판계약에 원고를 며칠까지 넘기겠다 그런 내용들이 선인세라는 조건과 함께 돌아가게 된다. 즉, 받아놓은 돈이 있으면 확실히 구속력이 생긴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선인세를 엄청난 금액을 주지도 않지만, 그 작은 금액이 바로 초보 작가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의 표시이며, 그 신뢰가 생겼다면, 여러분 초보작가들도 그 작은 신뢰에 보답해야 할 차례가 된다. 경험상으로도 선인세를 받고 책이 엎어진 경우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었던 것 같다.


말이 좀 길었는데, 요지는 이런 거다. 선인세가 없는 출판 계약은 하지 마라.


2. 인세

사실 선인세에 비해서 인세는 덜 중요하다. 왜냐하면 초보작가는 인세로 돈 벌 가능성이 없거나, 매우 작기 때문이다. 인세는 6-12% 사이이며, 초보작가의 경우에는 8-10% 정도가 적당하지만, 6% 준다고 해도 내가 초보작가라면 수락할 것 같다.


초보작가를 둘로 나눠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최근 하트시그널에 나온 천인우씨가 책을 냈는데, 이 경우는 인세를 좀 욕심내볼만 하다. 아마 천인우씨는 초보작가이겠지만, 이미 하트시그널3에서 박지현의 썸남으로 엄청난 유명세가 있어서 출판하자마자 자기개발 1위를 달성하고 있다. 이렇게 저자가 좀 유명한 경우에는 출판사가 저자에게 오히려 인세를 잘 줄테니 책을 내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 된다. 만약 내가 천인우씨였다면 그래도 12% 이상 인세를 주장했을 것 같은데, 실제로 어떻게 계약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5656923


자신이 천인우만큼 유명하지 않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인세는 10% 이하로 보아야 한다. 이건 아주 현실적인 문제이다. 출판사도 초고가 다 팔릴지도 모르는, 즉 적자가 날지도 모르는 책에 인건비며, 디자인비며 하는 투자를 나름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초보작가라면, 자신이 책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책이 세상에 나오는데 온 에너지를 써야 한다. 어쨌든 8%라 하더라도 여러분이 그 책으로 10만권 팔 수 있으면, 2만원짜리 책을 썼다고 할 때 1억6천만원 벌 수 있다. 그러나 초보 타자가 첫 타석에 홈런을 치기 힘든 것처럼 이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긴 하다(그러나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하다). 예를 들면, 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이 아주 좋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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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은, 초보 작가라면 인세에 크게 연연하지 말고 일단 출판 계약 하자.


한 번 작가는 영원한 작가다. 즉 여러분이 책을 낼 능력만 갖췄다면, 책으로 돈 벌 기회는 살면서 또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출간 작가가 되지 못하면, 다시 여러분은 초보 작가이다.


3. 현실적인 데드라인

사실 이 시리즈의 모든 목적은 여러분이 책을 내게 하는데 있다. 여러분이 좋은 책을 쓰게 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목적이 아니다. 즉, 여러분이 출판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고 출판작가가 되게 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좋은 책의 정의는 각자 다르므로, 이 글에서 판단할 영역은 아니다.


선인세를 받았다면, 정확한 날짜에 여러분의 원고를 납품해야 한다. 나도 직장인이면서 책을 썼지만, 의외로 출판사의 데드라인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편집자들이 직장인 작가들이 전업작가보다 데드라인을 잘 지킨다고 농담삼아 이야기하는데, Do it! 파이썬 생활프로그래밍 쓸 때 2019년 4월에 계약해서 2019년 8월까지 초고를 다 쓰겠다고 했는데, 초고를 다 쓴게 아마 2019년 12월이었던 것 같고 실제 책이 나왔던 건 2020년 7월이었다.


지키기 힘들겠지만, 일단 계약서에 초고의 출판일자를 확정하고, 초보작가는 그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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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정리: 현실적인 데드라인을 설정하고, 그 데드라인에 맞춰서 납품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외에도 전자책 발행 저작권이라든지, 분쟁시 내용 등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휴대폰 사면 분쟁사항은 거의 읽어보지 않는 것처럼 90% 이상은 현실에서 필요하지 않을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조항들은 실제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거의 쓸모가 없다. 전자책 발행에 관한 권리 역시 잘 생각해서 결정하길 바란다. 어차피 초보 작가의 책의 전자책은 잘 팔릴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사견을 남긴다.


한 줄 요약: 선인세는 받고, 인세는 크게 연연하지 말고, 데드라인을 정해서 지켜라.


여기까지만 성공해도 여러분이 초보작가가 아닌 진짜 작가가 될 가능성은 80%가 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제부턴 크게 반응 없어도 몇 편 더 쓸 예정입니다.

그러나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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