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비 주택가격 지수 PIR로 풀어봅시다.
집값이 비싸다고 흥분하는 분들을 자주 뵙습니다. 서울 아파트 중앙값이 6억을 넘었다 하니 주택가격이 확실히 싸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현 정부도 주택가격은 '비싸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실 겁니다. "무슨 기준으로?" 맞습니다. 1억을 버는 사람에게는 6억짜리 집이 그럭저럭 괜찮은 가격일 수 있지만, 2500만원 버는 사람에게 6억짜리 집은 버겁습니다. 그래서 집값을 소득과 연결지어서 이해하기도 합니다.
과연 소득과 연계했을때, 우리나라 집값은 비싼 것일까요?
중앙값(median)은 어떤 주어진 값들을 크기의 순서대로 정렬했을 때 가장 중앙에 위치하는 값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 2, 100의 세 값이 있을 때, 2가 가장 중앙에 있기 때문에 2가 중앙값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뉴욕의 주택 중간값은 490,000 달러라고 합니다(http://www.koreatimes.com/article/20170224/1042077). 뉴욕 전체 주택 중앙값 대략 퉁쳐서 5.5억원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2017년 서울의 아파트 중간값이 6.1억을 돌파했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을 겁니다(http://www.hankookilbo.com/v/102bdc1d0a1346a890da5337ae8a0e19).
그럼 뉴욕보다 서울의 아파트가 더 비싼 건가? 당연히 아닙니다. 뉴욕의 주택 가격은 단독, 다가구, 아파트 등 모든 주택 포함이고, 서울의 아파트가격만 포함한 것입니다. 다른 주택보다 아파트 선호도가 높은 한국에서 두 통계를 비교하기는 애매할 수 밖에 없겠죠.
미국이나 영국에서 살다오신 분들은 한국의 주택값이 그렇게 높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다. 대체로 월세 100만원 200만원 내다 보면, 정말 이 동네 주거비는 비싸긴 비싸구나 실감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정작 통계를 들여다 봐야만 실체를 볼 수 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집값은 비싸지만 보통은 전세를 주고 살기 때문에 전세를 사는 분들은 집값 비싼 것을 별로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집값'과 '주거비'를 나눠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글은 '집값'에 관한 내용입니다. '주거비'는 다음 기회에 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그게 최선은 아닐 수 있지만, 하나의 방법이다.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학자들은 소득대비주택지수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공식은 간단합니다.
(공식) PIR = 집값 / 연소득
학자들은 오랫동안 PIR 지수를 가지고 집값을 비교해왔습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죠.
상황 1.
철수: 야, 한국 집값 너무 비싸지 않냐?
제니: 미국도 비싸.
철수: 미국은 잘 살잖아.
제니: 그걸 감안해도 비쌀 걸?
철수: 그럼 연소득 얼마를 벌어야 집 한채를 살 수 있는지 한번 비교해볼까?
미국에서 살다 온 제니는 뉴욕의 맨해튼의 살인적인 임대료를 경험했기 때문에 미국도 만만찮게 집값이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한국에서 사는 철수는 한국은 뉴욕보다 기회도 적고 못 사는데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푸념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소득 대비 집값을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그게 PIR입니다.
[그림 KB경영정보리포트 2013-11호]
다음 자료는 KB 국민은행에서 나온 자료로서 PIR을 국제적으로 비교한 자료입니다. 통상 이런 자료는 국가별로 비교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왜냐하면, 국가별로 조사하면 샘플수가 많기 때문에 값들의 편차에 따른 변화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3년 자료라는 것도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종합적으로 국가, 도시별로 PIR을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비교를 한 것입니다.
먼저 국가별로 보면 PIR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네번째 정도 되는 군요.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만, 호주, 일본, 영국 다음으로 4.8년을 나타냅니다. 즉, 건전한 노동자가 소득을 온전히 쏟아부었을 때 집을 사려면 4.8년 정도 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까지 살벌해보이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세계 4위라니 결코 한국의 주택가격이 싸진 않은 것이 드러납니다.
도시별로 보면 서울은 전 세계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9.4).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서울의 경우 PIR은 9.4로 평균 노동자 임금 9.4년을 쏟아부어야만 집하나를 겨우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먹고 자고 쓰고 남는 돈을 저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근로자 혼자 월급 받아서 서울에 평균적으로 집을 산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주류 부동산 학계에서도 이 논란을 아는지 심심찮게 논문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이창무/김현아/조만의 논문을 살펴볼까요? (논문: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의 산정방식 및그 수준에 대한 국제비교(이창무, 김현아, 조만, 2012, 주택연구)
이 분들은 PIR 산정방식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자료를 재취합해 2011년까지 PIR 지수를 산정하였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0년 주거실태조사자료를 이용해 다양한 산정방식으로 계산된 PIR은 산식에 따라전국의 경우 4.2에서 7.1까지, 서울의 경우 9.0에서 17.6까지로 계산되어 어떠한 산정방식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2배에 가까운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주 쉽게 말하면 자료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분들께서 실제 분석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PIR 수준은 2010년 기준으로 4.4로 산정되어 국가별로는 미국(3.5), 캐나다(3.4)보다는 높으나, 호주(6.1), 영국(5.2) 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중위권에 속하고, 주요 대도시권별로 비교할 경우, 수도권은 하위권(서울대도시권의 실질적인 권역감안하면 중위권)에 속하고 있다. 이러한 전국 및 수도권 PIR 수준에 대한 재평가 결과는 국내주택가격 수준이 높아서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이 필연적이라는 인식은 재고가 요구된다
주요 대도시권을 보면, 한국의 경우 5.5년이라고 나왔는데 솔직히 계산값이 믿기지는 않습니다. 서울/수도권에서 주택을 1채를 매입하는데 1명이 5.5년 월급만 쏟아부으면 된다니..
어쨌든 이 분들의 주장은 한국의 집값이 대도시권을 볼 때 중간 수준이라는 것이며, 주택가격 폭락론은 틀렸다는 것입니다. 주택은 여전히 비싼 것 같은데, 폭락 가능성은 없다고 하고, 참으로 어렵습니다.
이쯤에서 제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드리겠습니다.
1) 소득 대비했을 때, 다른 나라 대비했을 때, 한국의 주택가격은 비싼가?
네, KB 국민은행 기준으로 도시기준으로 하면 PIR(소득대비 주택가격지수)가 3등이고, 국가를 기준으로 하면 4등입니다. 결코 여러 가지 따져본다 하더라도 절대 안 비싸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2) 소득대비 주택가격이 비싼 이유는 무엇인가?
흔히 인구밀도와 택지부족, 수도권 집중 등을 예시로 듭니다. 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서민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자료를 보시면 미국이나 일본보다 한국의 자산은 압도적으로 부동산에 집중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의 이유 혹은 가치판단은 다음 글에서 시간 나면 또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자산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거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일본처럼 부동산폭락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에서 유독 부동산에 부가 집중되는 이유는?)
3) 조선일보까지 PIR 지수가 높다고 야단입니다. 부동산이 폭락하는 것은 아닐까요?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8.2 부동산 대책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는 이야기는 듣기 어려우실 겁니다. 서울의 아파트가 반토막 나서 일반 월급생활자도 심심하면 집 한 채 살 수 있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집값은 사실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13/2017031300863.html
사실 자본주의 비판론자로 알려져 있는 마르크스 역시 '자본 축적'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해놓은 바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본의 축적'은 자본의 본성이며, 축적되지 않은 자본은 낭비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마르크스는 이 개념을 축장(hoarding)이라고 인상적으로 표현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축적하지 않은 사람은 그 자체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지요.
아무튼 여러가지를 따져보았을 때 서울의 집값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소득대비/지역대비), 그렇다고 해서 집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만, LTV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에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매매시장이 얼어붙으면, 그 다음에는 전세가가 높아질 차례입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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