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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Nov 15. 2017

꾸미야, 어서와!

대전에서 고양이를 가정 분양받은 사연

대전에서 2017년 8월 1일 태어난 러시안블루 꾸미를 2017년 9월 16일 처음으로 집에 데려왔다. 마침 사랑스러운 내 두 딸이 대전으로 놀러온 날이었다.

두 딸을 누구 못지 않게 사랑하던 나는 2016년 12월 1일 대전에서 근무하면서부터 아이들과 떨어져 살게 되었다. 그 전부터 워낙 열심히 살았던 나는 대전에서 회사일 이외에 특별한 일을 벌이지 않고 지냈다.

대전에 와서 처음으로 골프를 배우면서 가족과 떨어진 빈자리를 조금씩 채워나갔다.

골프도 정말 흥미로운 취미였다. 아직 100돌이 수준도 안 될만큼 잘 치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운동이 생긴 것은 다행이다. 그런데 가족들이 없는 시간은 골프로만 채워지지는 않았다.

살아있는 생명체와의  교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반려동물을 길러보고 싶은 생각은 막연히 있었다.

강아지는 너무 외로움을 탄다고 해서 도저히 들일 수가 없었고 고양이를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부터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고양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있었다.

고양이에 대해서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고양이를 분양하자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고양이가 대소변을 가릴 줄 안다는 것도 정말 중요했다. 또 고양이가 아이들과 나 사이에 어떤 새로운 유대를 형성해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고양이를 분양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가장 흔한 방법은 펫샵에서 분양을 받는 것이다. 펫샵에서 분양받는 고양이는 주로 공장에서 생산된 아가들이다.

고양이는 품종에 따라서 분양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즉 인기종들은 경제적 목적을 위해서 사육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아무튼 펫샵의 아이들은 건강하지 않고 잘 아프다는 속설이 있었다.

또한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가족과 떨어지기 때문에 사회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가정분양보다는 펫샵이 조금 더 비싸다. 예를 들어 내가 키우고 있는 러시안 블루의 경우 가정에서 25만원을 주고 분양했는데 일반 펫샵에서는 45-60정도를 받는다.

그러나 펫샵이 꼭 나쁜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보통 펫샵은 동물물품, 의료서비스 등을 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 가정보다 관리가 부실하다고만 보기는 힘들다.

내가 본 많은 펫샵은 아깽이(새끼고양이) 2-3마리를 함께 기르기 때문에 사회성도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여러 고양이를 보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고양이를 데려갈 수 있는 것도 펫샵의 큰 장점이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고양이를 분양받고 싶다고 할 때 펫샵으로 달려가서 마음에 드는 아이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소위 가정분양이라는 방법이 있다. 즉 가정에서 낳은 아이들을 분양하는 방법이다. 가정분양을 받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인터넷 고양이까페-냥이네-에서 가정분양하는 광고글을 보고 연락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5-6군데에 연락해보고 고양이의 상태에 대해서 꼼꼼히 질문하였으며 최종 2–3개 후보를 생각하고 있었다. 방문 가능하고 아이 상태가 괜찮은 최종후보, 지금의 꾸미를 고르기 까지 제법 정성을 쏟았다.

가정분양은 가격이 저렴하고 사회성이 있는 건강한 아이를 데려올 가능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가정분양이 마냥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일단 인터넷을 뒤지면서 자신이 원하는 지역, 자신이 원하는 품종이 있을지가 미지수이다. 처음 나는 몸 색깔이 하얀 터키시 앙골라를 키우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사는 지역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터키시 앙골라를 분양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대전, 충남, 세종까지 해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내가 가정분양으로 터키시앙골라를 끝까지 고집했다면 나는 고양이 분양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터키시앙골라 다음다음 순위 정도였던 러시안블루는 그래도 제법 가정분양이 많이 올라오는 편이었다. 가정분양을 하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종을 만나기 힘들 수도 있다.

또한 공장에서 키우는 아이들을 가정분양이라고 해서 분양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다행히 꾸미는 마음씨 좋은 부부의 딸이 키우던 고양이의 새끼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복받은 아이였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서 앉자마자 꾸미는 내 무릎에 착 올라왔다.

러시안블루라는 종 자체가 사람을 좋아하는 사회적 성격이기도 하지만 이 아이 자체의 성격도 활발하고 또 사람을 굉장히 따르는 편이다.

지금 이 순간도 내가 아이폰으로 이 글을 쓰는 동안에 꾸미는 내 가슴팍에서 잠을 자고 있다.

우리 딸들은 고양이를 안고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는 걸 보자 그냥 데려올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건강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꾸미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행운”이라는 것이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순탄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양이를 데리고 내려오는 바로 그 순간부터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상황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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