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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Oct 27. 2019

비건을 선택한 이유

일주일 후 몸과 마음에 생기는 소소한 변화들

북극곰이나 흰긴수염고래의 미래는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삶은 우리와 상관 없어 보이는 것에 의해서 지배되기도 한다. 멸종해가는 동물을 보호하는 능력은 결국 인간이 자신의 생존을 보호하는 능력의 다른 표현이며, 어쩌면 이 능력은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생존기술일지도 모른다.

[김창현 칼럼] 흰긴수염고래와 북극곰, 그리고 상어
출처 : 충남일보(http://www.chungnamilbo.com)


안녕하세요.

이것 저것 관심이 많은 지리학자의 브런치입니다.

윗 글은 아주 예전 제가 비건을 결심하기 전에 충남일보에 썼던 칼럼 내용의 일부입니다.

요즘은 미드, 영어공부에 대해서 여러 포스팅을 쓰고 있는데요.


오늘은 조금 다른 주제를 가져왔습니다. 바로 '채식'입니다.


제가 여러 이유로 일주일 전부터 채식을 하고 있습니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채식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채식의 종류에 대해서 다음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https://veganstory.com/27)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등의 소위 '육류'만 먹지 않는 분들도 있고,

또 물고기도 먹지 않는 분도 있습니다.

또 계란도 먹지 않는 분,

우유도 먹지 않는 분 등 아주 다양합니다.


이 중에서 육류, 어류, 계란, 우유까지 먹지 않는 분들을 소위

비건(vegan)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채식 중에서도 비교적 엄격한 '비건(vegan)'을 하기로 했습니다.

고기, 어류, 계란, 우유, 등 동물성원료로 된 모든 제품을 먹지 않는 것이지요.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라 언젠가 제 생각이 바뀔 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비건식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비건을 선택하게 된 직접적인, 그리고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제가 채식을 시작하고 나서 겪게 된 일주일간의 변화를 한 번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 비건을 선택한 이유

1. 고양이

사실 제가 1년 전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동물'이라는 아이와 처음으로 같이 지내보면서

그동안 겪지 못했던 여러 감정들을 처음 겪게 된 것이지요.

우리와 하는 짓도 너무 다르지만,

가족과도 사랑스럽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집 막내 꾸미입니다.

그렇다면, 닭은? 소는? 돼지는?

우리의 친구가 될 수 없는 건가?

그 아이들은 우리의 먹거리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좁은 사육장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소의 평균수명은 3-40년 정도가 되지요.

잘 아시겠지만, 식용으로 키우는 소들은 1번 혹은 2번의 출산을 거치고 5살이 되기 전에 보통 도살당합니다.

우리 나이로 치면
초경이 시작되고 난 이후
강제로 두 세번의 아이를 가지게 한 뒤
먹기 위하여 죽이는 것이죠.

공장식 축산업에 대한 문제의식은 예전부터 어렴풋이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부터, 내가 키우는 이 고양이와 소, 돼지, 닭은 얼마나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육식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 더게임체인져스

사실 고양이보다 더 직접적인 계기는 더 게임체인져스(2018)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식물성 식단을 따르는 UFC 운동선수,

제임스 월크스를 따릅니다. 제작자를 보니, 맙소사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아바타'를 감독했던

제임스 카메룬이네요.

타이타닉, 아바타, 터미네이터 등 히트작이 끝이 없는 제임스 카메룬 감독, 비건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감독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고, 저는 그냥 별 생각없이 이 영화를 넷플릭스로 보았습니다.

채식을 권하는 영화 중에서 조금 유명한 영화는 '우리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What the Health, 2017)이

조금 더 유명한데요.

우리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2017)
'우리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은 노골적으로 육식의 위험을 경고하고,
채식의 우월성을 공격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라면,
'더게임체인져스'는
'우리 몸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채식을 하는 것'
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여기는 놀라운 실험들이 등장합니다. 남성의 성적 기능의 비교라든가...


제가 여기서 자세하게 기재하지는 않겠습니다.

하나만 언급한다면, 요즘 미식축구 선수들 사이에서는 채식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기록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엔 다큐가 아닌 논문 등이 필요하겠지만(물론 논문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 영화는 효과적으로 '운동효과'와 '채식'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엄청난 무게를 들어올리는 세계신기록의 보유자가 채식을 한다든지,

미국 애팔레치아 산맥을 종주하는 세계신기록의 보유자 역시 채식을 한다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영화에 보면 훨씬 더 흥미로운 내용이 많습니다. 정말 영화로서 강추합니다.)

운동선수의 채식이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의 해석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을 클릭


여하간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충격을 받은 것은,

제가 알고 있는 좋은 식단이 전혀 건강한 식단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고기류를 더 많이 먹으면서,

탄수화물을 줄이려 밥은 잘 먹지 않았습니다.

탄수화물은 살이 찐다는 일종의 믿음 때문이었지요.


이 다큐멘터리에서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탄수화물보다 콜레스테롤이

우리 몸의 기량을 더욱 해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아니었을텐데, 이렇게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알려주니

충격을 받은 것이죠


사실 제 동생의 경우 고기는 거의 먹지 않는데, 밥은 굉장히 많이 먹습니다.

동생은 항상 날씬합니다.

저는 동생이 항상 잘못된 식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니 왜 동생은 평생 날씬하고 저는 날씬하지 않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고기 섭취에 중독되어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채식을 하는 것이 몸의 기량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될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생각을 실천해보자는데 까지 생각이 이르게 된 것입니다.


3. 누가 더 윤리적인가: 칸트와 벤담

철학적으로 벤담은 소위 말하는 공리주의(utilitarianism)이라면, 칸트는 소위 말하는 관념론자죠(idealism).

철학적으로 공리주의는 쾌락주의를 따르고 있고,

칸트는 근대 계몽주의(enlightment)의 선구자라 할 수 있습니다.


채식에 대해선 둘은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칸트는 인간이 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것으로 간주했고,

그래서 육식에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벤담은 동물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문제삼아 육식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얼핏 보면, 칸트가 고귀한 관념론이고, 벤담은 '쾌락주의'에 근거한 세속적인 철학자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벤담은 '쾌락'을 기준으로 사고를 전개하다보니 육식의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도출해내는데 성공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좀 더 나가면, 여러 가지 재미있는 논점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육식동물에게 윤리를 물을 수 있는가?

채식동물은 육식동물보다 더 선한가?

인간은 원래 채식동물인가, 육식동물인가?

동물이 고통을 느끼는 방식과 식물이 고통을 느끼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른가?


이런 흥미로운 철학적인 질문들이 제기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모든 질문에 답을 다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명확하게 보이는 기준을 잡고,

내가 무엇을 행동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지요.


제가 보기엔

인간이 이성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합리론의 가정은 이미 깨졌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동물 역시 고통을 느끼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것을 확대, 재생산하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남을 설득하는 것은 너무 지난하고 어려운 일이고,

가장 확실하고, 내가 할 수 있는 한가지는 아주 간단합니다.

그냥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죠.

고기를 안 먹으면 살 수 없는 친구들은 어쩔수 없지요. (출처:https://abdlaziz498.files.wordpress.com/2013/10/cd5f9-6097-1.jpg)



* 변화들

1. 무엇을 먹을 것인가: 전쟁

채식을 선택하고 나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말 그대로 '변화'입니다.

그동안 내가 고민했던 것은 '어떤 음식을 먹을까'였는데,

지금 저의 고민은 '어떤 성분'을 먹을 것인가 입니다.

육식을 하지 않으려면,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아야 하는데 여기에 의외로 많은 것들이 포함됩니다.


우리가 먹는 빵에는 당연히 계란과 우유가 들어가 있습니다(비건을 위한 호밀빵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모든 과자에 역시 계란, 또는 우유가 들어가 있습니다.

감자튀김 위에 뿌리는 치즈가루 역시 동물성 식품입니다.

김치볶음밥위에 올라간 계란 후라이 역시 동물성 식품이지요.

잔치국수에 국물을 낼 때 멸치 육수가 들어갑니다, 다른 모든 육수 역시 마찬가지이지요.


비건을 선택했을 때 당황스러움이 조금은 이해가 되시나요?


에피스드 1.

그래서 한번은 편의점에서 동물성 성분이 들어가지 않는 제품을 한참 찾았답니다.

이 물건 저 물건 성분표를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가게 점원이 오더니 상당히 불편한 표정으로

"뭐 찾는 거 있으세요?"

이렇게 물어보더군요.

사실 말이 그렇지만,

"왜 그렇게 기분 나쁘게 성분을 따지고 있느냐"

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너무 소심한 걸지도 모릅니다)


부랴부랴 제가 산 몇 개 음식을 보니,

고구마, 알밤, 군고구마 등이었는데요.

한끼 식사할 정도를 샀다고 생각했더니 18,000원이 나왔습니다.

도시락을 싸와야 할 이유가 명백해졌습니다.


2. 몸의 변화

사실 몸의 변화를 명시적으로 느끼진 못했습니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변화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수면: 잠을 푹 자는 느낌입니다. 그 전에는 하루에 한두시간 정도 자지 못하고 깨어 있을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아침까지 거의 푹 잡니다.

지구력: 사이클 운동할 때 지구력이 생긴 느낌입니다.(워치의 기록으로 보아도 확실히 지구력이 더 좋아졌습니다)

배고픔: 배고픔을 상당히 자주 느낍니다. 원래 저는 대식가인데요. 아침을 채식으로 든든하게 먹어도 회사에 도착할 때쯤 배가 고파집니다. 그래서 요즘은 제법 자주 간식을 먹는 편입니다.

체중:  아직 체중의 변화는 없습니다. 배가 고파서 너무 잘 먹어서 그런 걸까요?


3. 성욕?

이 부분을 쓸까 말까 고민을 좀 했는데요.

아주 느슨하게만 써보겠습니다.


김영하의 '빛의 제국'에 보면 채식을 했더니 성욕이 없어졌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 http://www.yes24.com/Product/Goods/4135524)


채식하고 난 이후에 이 장면을 떠올리면서

"김영하 작가가 채식을 안 해보고 이 글을 썼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서: 아니면, 소설 속 장치를 위해서 알면서도 다르게 썼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답은 '더 게임체인져스'를 참고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4. 비건이 되면 술을 끊어야?

다행히도 대부분 술에는 동물성 원료가 안 들어갑니다.

만약 비건이 되면 술을 못 먹는다고 하면 제가 비건이 되는 것을

심각하게 다시 고려해 봤을 것 같습니다.


양배추 썰어서 샐러드 만들고

샐러드에 맥주 마시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꼭 오징어나 한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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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채식주의를 한다고?
우리 몸이 육식에 적응했는데 왜 채식을 해?
식물은 안 아프니?
 

사실 되게 못되게 굴었던 사람이죠.

그런데,

몇가지 사실을 접하면서


1) 몸의 기량을 위해서

2) 동물권의 보호를 위해


누구에게 크게 피해주지 않으면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비건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쉽습니다. 무엇을 애써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먹지 않으면 되는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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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제가 비건을 하면서 겪게 될 변화들을 또 기록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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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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