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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Jul 10. 2020

박원순, 아프지만 몇 가지 생각해볼 것들

박원순 공소권 없음, 안타까운 선택에 대해서


1. 정의

박원순 시장이 선택한 것을 '안타까운 선택'이라고 한다. 


2. 안타까운 선택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안타까운 선택'은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의 기준은 "남에게 권장할 수 있는 선택"인가 하는 점이다. 세상살이 많은 예외가 있겠지만, 거의 모든 경우에 나는 '안타까운 선택'을 권장하지 않는다. 


3. 공소권 없음을 감안한 선택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개념이 있다. 노회찬은 사시출신은 아니지만, 여하간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었다. 노무현과 박원순은 법률가 출신이다. 법률가로서 그들은 '공소권'을 없앤 것이다. 가해자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검찰이 불기소할 요건에 해당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점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측면이 없지 않아보인다. 그들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고 해서 도덕적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4. 망자에 대한 예의

'망자에 대한 예의'는 말 그대로 예의의 영역이다. 물론 망자에게 '죄'가 있었을 수 있다. 예전에 "하루라도 망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자"고 했더니, "그럼 히틀러가 죽어도 욕하면 안되냐"면서 박박 나를 몰아세운 사람이 있었다. 며칠 정도는 슬퍼하고 놀랄 가족을 위해서 잠깐 침묵해주는 것이 망자에 대한 예의라 생각한다. 냉정한 평가를 하지 않아야 한단 뜻은 아니다. 


5. 왜 '안타까운 선택'은 '나쁜 선택'인가?

예전에 또 누군가 "안타까운 선택"이 왜 나쁜 선택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실 이런 류의 질문은 잘 대답하지 않는다. 논쟁을 위한 논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6. 뒤에서 날아오는 창이 더 무섭다. 

 예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보낼 때 생각한 게 있다. 좋아하는(혹은 좋아했던) 사람의 흠결이 드러났다고 해서 "훽 돌아서서 욕하지 말자"는 것이다. 당시 시끄러웠을 때에도 "노무현이 돈 때문에 우리를 모두 배신했다"고 사람들이 살벌하게 욕할 때 부화뇌동 하지 않았다. 나중에 당해보시면 알겠지만, 앞에서 날아오는 펀치는 견디겠는데, 같은 편이 뒤에서 날리는 뒤통수는 그보다 100배는 더 아프다. 조금 시간을 두고 평가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때 거의 '안타까운 선택'을 하라는 식으로 "한겨레"에서 칼럼이 나갔는데, 그런 사람들은 펜을 꺾었으면 좋겠다. 펜이든 칼이든 사람을 이롭게 하는데 쓰면 좋겠는데, 그 펜으로 남을 찌르는 용도로 사용하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에게 펜을 놀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8. 이미 너무 많은 정치인을 떠나보냈다.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시스템을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 


9. 개인적으로

이런 뉴스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누군가의 손가락에서 발사된 댓글이 누군가에게는 '안타까운 선택'이 될 수 있다. 


10. 사족

박원순이 저질렀다고 알려져 있는 죄에 대해서, 그러한 진상이 알려진다면, 그 부분에 한하여 어떤 도덕적 면죄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혹시나 박시장의 행실로 인하여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에 대한 도덕적 비난 역시 피할 수 없다. 


11. 그래도 어쨌든, 사람을 잃은 것은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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