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아이와 엄마가 함께하는 수학 공부
학교 가기 전 기본 연산은 떼고 가야죠
큰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다. 아들 친구들은 늘 바빴다. 놀기에도 바빴고, 이런저런 사교육에도 바빴다. 한국어도 제대로 되지 않는 아이에게 영어 유치원과 영어 조기 교육은 잠시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수학은 달랐다.
난 태생부터 수학이 싫었다. 주는 것 없이 그냥 싫었다. 배우면 배울수록 그 친구가 미웠었다. 도무지 나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나에게 아들이 있다. 수학 싫어했던 엄마의 아들이다. 이 아들에게 수학을 어찌 가르쳐야 할까? 내가 수학이 싫은데... 학교는 가야 하는데 난감했다. 아무것도 몰랐다. 뭐부터 해야 할지...
무턱대고 교보문고 광화문 점에 가서 기초 연산 문제집을 산더미처럼 쌓아서 찾아본다. 엄마 눈에 가장 쉽고 가장 편하고 가장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은 연산 문제집을 몇 권 사 왔다. 학교 가기 전 1~10 안에서 덧셈과 뺄셈은 알고 가야 하는 거 아닌가?
7살 아이를 붙잡고 매일 몇 장씩만 해보자.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어렵지 않게 하다가 11+9와 같은 받아 올림이 있는 숫자가 나오기 시작하자 싫어한다. 이때는 정말 몰랐다. 아이가 싫어한다는 것은 11+9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아이도 답답하다는 의미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11+9=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건인가? 사탕이나 장난감, 바둑알을 놓고 설명해 주기도 해 보았다. 이해하는 듯 보인다. 헌데 물체와 기호식의 연결은 이 아이에게 다르게 와 닿는 것 같았다. 같은 내용이란 사실을 바로 인지하지 못한다.
여러 문제집들을 살펴보다 깨달은 것 하나는 있었다. 여러 연산 문제집에서는 받아 올림을 배우기 전 아이들에게 덧셈을 연습 시키기 위해 숫자를 쪼개는 연습을 위한 파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11+9는 11을 10과 1로 갈라서 10과 9를 더하고 나머지 1을 더하는 방식이다. 그러기 위해선 머릿속에서 11을 10과 1로 빠르게 쪼개야 한다. 12는 10과 2로, 13은 10과 3으로 숫자를 보는 순간 숫자가 바로 쪼개져야 한다. 숫자를 쪼개는 연습을 하고 나서는 바로 더 큰 수의 유형 문제들이 나온다.
"11+9는 11을 10과 1로 나누고 나서 10과 9를 먼저 더하고 나머지 1을 더하면 되는 거야"
어떤 날은 맞고 어떤 날은 틀리고 도대체 얘가 이 방식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렇다고 받아 올림을 설명하자니 못 알아들을 것 같았다. EBS 선생님들은 어떻게 설명하실까? 하는 생각에 유튜브에 들어가 초등 연산 문제에 대한 설명도 들어 보았다. 세로 셈으로 바꿔서 받아 올림 1을 하는 방식으로 설명해 주신다. 내가 초등학교 때 배웠던 방식이다. 똑같이 아이에게 설명해 보았다.
실패다!.
두 눈은 멀뚱멀뚱 이 엄마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하는 눈빛이 나에게 화살처럼 날아온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른 체 아이와의 실랑이가 싫었던 나는 친구들이 가장 많이 하는 학습지 선생님들을 차례로 만나 상담을 해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초등학교 1학년 때 내가 선택했던 학습지는 000이었다. 학습지 선생님과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하셔서 5분 정도 설명해주셨고 5분은 함께 풀어주셨다. 그리고 5분은 아이가 푸는 모습을 지켜보시고 숙제를 남기고 떠나셨다.
초등 저학년 학습지의 구성도 일반 판매되는 문제집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10 안에서 더하기 연습을 많이 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아이들이 10 안에서 덧셈과 뺄셈이 빨라지면 숫자가 하나씩 커진다. 그리고 가르기와 모으기를 많이 연습할 수 있는 연산 문제집의 단계로 넘어간다. (10이 넘어가면 숫자를 나눠서 계산하는 방식으로 연습하게 한다)
선생님이 떠나시고 나는 멍했다. 이 아이에게 이런 수업 방식이 맞을까? 그래도 시작했으니 계속해보자 생각했다. 무엇보다 가장 편했던 건 나였다. 수학은 내가 아니고 정말 다른 전문가 선생님께 맡기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지켜보며 매일 저녁 같은 시간에 함께 앉아 학습지를 풀 수 있도록 연습시켰다. 반복되는 패턴의 더하기 문제 빼기 문제들 앞에서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풀기 싫어했다. 그렇게 학습지 문제들은 밀리기 시작했고 아이는 학습지가 싫다고 했다.
그동안 아이의 모습을 지켜본 나도 아니다. 싶었다. 저 학년 수학은 선생님이 오셔도 딱히 설명이 많지 않다. 두 자리 한자리 덧셈 뺄셈이다. 그저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 좋은 점수를 맞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수 개념. 돌이켜 생각하면 여기서부터 잘못된 거 같았다. 난 수 개념이 뭔지 잘 몰랐다. 수에 대한 개념을 아이에게 어떻게 넣어줘야 할지도 몰랐다. 우리 아이 학교 가기 전 준비에 관한 많은 책을 읽으며 그냥 반복되는 연산을 빨리 계산할 수 있으면 좋은 거라 받아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다. 그땐 정말 왕 초보 엄마였다. 아이는 지금 중학생이다. 초등 과정 수학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쉽지만 큰 아이는 태생부터 타고난 수 머리가 없는 아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아이는 자릿수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것이다. 1의 자리 10의 자리 100의 자리. 자릿수에 대한 개념은 몬테소리 수 판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눈으로 보여지니 자릿수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기 쉽다.
하지만 느린 아이는 조금 다르다. 처음부터 자리판을 주어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아이가 빨리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전에 할 일은 수 판 읽기라고 생각한다.
*수 판 읽기에 대한 자세한 방법은 다음 편에 소개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