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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Aug 19. 2021

코 시즌에 아이들과 햄릿을 만났다
그는 여전했다

아이와 함께 보는 세상 (연극)- 햄릿 공연을 보다.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알 길 없는 운명의 화살을 참고 견디느냐, 
아니면 고난의 바다와 맞서 싸우다 허우적대며 빠져 죽느냐,
나는 무섭다. 이 세상에 나는 혼자다. 


햄릿은 여전했다.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는 여전히 세상과 맞서 싸우는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애들아, 엄마 찾았다. 캬~~ 역시 엄마 대단하지 않니?"

코로나 시즌이지만 방학을 맞이하여 아이들과 뮤지컬이나 연극 한 편은 보고 싶었다.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했다. 여름방학이면 쏟아져 나오던 그 많던 특별 전시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인가? 찾기 힘들다. 

대전 예술의 전당에서 햄릿 연극을 한다는 정보를 찾았다. 반갑다. 예약정보로 들어간다. 첫째 날 좌석 없다. 둘째 날은 너무 멀리 떨어져 앉아야 하는 자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 소극장에서 거리두기로 앉아야 하니 좌석이 넉넉하지 않다. 몇 번의 클릭 끝에 좌석 3개를 예매하는 데 성공했다. 


설렌다. 얼마만이던가? 햄릿을 만나는 것이.... 20여 년 전 연극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만났었다. 햄릿의 번뇌와 그가 사랑했던 오필리어의 죽음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궁금하다. 그동안 어떻게 변했을지 말이다. 


내가 만났던 그 햄릿을 아이들과 함께 본다고 생각하니 살짝 긴장도 된다.  한편으로는 한여름 밤의 꿈이나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아이들이 공연으로 처음 만나는 셰익스피어인데 비극보다는 희극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마저도 감지덕지해야 할 상황이다.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 그를 만나러 가는데 그냥 갈 순 없다. 

"셰익스피어 알지? 셰익스피어. 4대 희극과 4대 비극 정도는 알아야 하는데... 음...

 4대 희극은 한여름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태풍

 4대 비극은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 로미오와 줄리엇 이야"


셰익스피어
엘리자베스 1세 때인 1564년 영국 중부 지방 워릭셔의 작은 마을인 straford- upon- Avon에서 태어남. 
마을의 작은 라틴어 문법 학교를 다니다 13세 때 경제적 형편으로 더 이상 교육을 받지 못함
고대 로마의 시인들 오비디우스, 베르길라우스, 호라티우스 등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
18세 되던 해 결혼. 첫째 딸 수잔과 쌍둥이 남매를 둠 - 쌍둥이 아들 햄넷이 11살 때 사망
38편의 희곡과 2편의 장편 설화 시, 소네트 시집을 남김
4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세계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작가로 평가됨 


햄릿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 가장 먼저 지필 된 작품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됨
이유: 인간의 가장 보편적 주제인 삶과 죽음의 본질을 논하고 있기 때문
중세 때부터 덴마크 사람들에게 전해 내려오던 슬픈 왕자의 전설을 소재로 한 극임
시놉시스: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버지의 동생 클로디어스가 왕위에 올라 어머니 거트루트와 재혼하자 이들을 향한 원망에 사로잡힌다. 어느 날 선왕의 망령을 만나 그가 클로디어스에게 독살되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미친 척하며, 왕의 본심을 떠보기 위해 왕의 살해를 주제로 한 연극을 공연한다. 연극을 보던 클로디어스가 분노하며 연극을 중단시키는 것을 보며 선왕의 죽음에 대한 내막을 확신한 햄릿은 복수를 다짐한다.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다는 <햄릿>.

아이들과 다시 만남 햄릿은 과거의 햄릿과 달랐다. 햄릿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부정한 권력의 공간인 무대를 우리의 시대에 맞게 차갑고 견고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처리했다. 주인공들의 의상도 엘리자베스 시대의 의상이 아닌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무대와 의상은 달라졌다. 


그 안에 햄릿이 서 있다. 여전하다.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는 여전히 세상과 맞서 싸우는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세계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독백. 삶과 죽음의 본질적인 문제를 두고 고뇌하는 햄릿을 보여주는 그 대사에선 오싹하다. 햄릿의 대사가 작은 소극장 안을 가득채운다.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알 길 없는 운명의 화살을 참고 견디느냐, 아니면 고난의 바다와 맞서 싸우다 허우적대며 빠져 죽느냐, 나는 무섭다. 이 세상에 나는 혼자다." 


'엄마, 저 많은 대사를 어떻게 다 외웠을까요? 너무 신기해요'

나도 신기했다. 햄릿의 대사 분량은 장난이 아니었다. 


비평가 디어도어 스펜서는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 말기를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모든 엘레자베스 시대의 사고의 틀이요, 기본 양식이던 우주적, 자연적, 정치적 질서에 대한 믿음이 의심으로 금이 가고 있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우주 질서에 의심을 품었고, 몽테뉴는 자연질서에, 그리고 마키아벨리는 정치 질서에 의문을 제기했다'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감수성이 암울했던 영국 사회의 시대적 배경에 영향을 받아 4대 비극과 같은 위대한 걸작을 남겼다. 부조리하다.  


아이들이 당대의 천재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햄릿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단지 내가 20여년 전 만났던 햄릿을 만나게 해 주고 싶었다. 소극장의 작은 무대에서 불의에 항거하며 끊임없이 생각하는 햄릿을 통해 무언가 생각하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좋은 작품이 너무 빨리 끝나버려 아쉽다. 다음 시즌에는 희극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그 시즌에는 지금의 상황이 조금은 나아져 있기를 바라며...자유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던 그 날이 그리워진다.  





자료출처: 대전 예술의 전당 햄릿 리플릿 

             권오숙, 『청소년을 위한 셰익스피어』, 두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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