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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Aug 24. 2021

경주에서 경험한 프루스트 효과

아이와 함께 보는 세상 (여행)- 경주 2편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바다가 좋다. 바라만 봐도 좋다.


매일 계속되는 야근에, 끝이 보이지 않던 과제에 지쳐 있을 때 동해 세미나에 가서 눈부신 일출을 보았다. 첫 아이를 임신하고 꽃지 해수욕장에서 장엄한 일몰을 바라보았다. 꽃게 철이나 대하 철이면 서쪽으로 향했다. 여름에는 동쪽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 그 끝에서 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바다가 잘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온종일 앉아 파도를 바라본다. 파도는 단 한 번도 같은 모양을 보여주지 않는다. 멀리서부터 강하게 밀려오는 거친 파도를 이끄는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며 자연의 신비로움에 빠져든다. 비릿한 바다 내음이 코 끝을 찌를 때면 기분이 좋아졌다.


프랑스의 문호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la recherche du temps perdu)』에는 주인공 마르셀이 홍차에 적신 과자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소설에서 냄새에 대한 부분을 인용한 것을 계기로 냄새를 통해 어떤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프루스트 효과라 칭한다.


여름휴가로 경주를 찾았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 처음이다. 숙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주상절리로 향했다. 

“얘들아, 바다다. 바다”


맘껏 소리친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좋아한다. 경주 바다에서 프루스트 효과가 나타났나 보다. 바다 내음을 통해 바다가 그동안 나에게 주었던 편안함이 생각나는 것 같다.


주상절리 
주상절리는 지표로 분출된 화산암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1차구조로, 분출한 용암이 냉각되면서 수축될 때 형성된다. 따라서 암석의 온도이역(thermal history)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분출되면서 지표나 공기와 접촉하여 식기 시작하기 때문에 절리의 방향은 보통 지표면에 수직으로 발달한다.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을 이루는 현무암의 반정(斑晶: 반상 석리에서 나타나는 큰 결정)은 주로 사장석이다. 크기는 전체적으로 크기가 1㎜ 이상인 것이 20% 이상이며, 3㎜ 이상의 반정도 관찰된다. 석기(石基: 반상 석리에서 작은 결정이나 유리질로 된 부분)는 막대형의 사장석과 철산화물·유리질로 구성되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주상절리를  향해 가던 차 안에서 비릿한 바다 내음이 전해진다.  주상절리를 잘 볼 수 있도록 바닷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아주 오래전 분출한 용암의 흔적. 지금은 그냥 특이해 보이는 좀 특별한 바닷가 돌들에서 과거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주상절리와 문무대왕릉은 가까운 거리에 있어 바로 문무대왕릉으로 향했다. 

문무대왕릉을 앞에 두고 아이들은 모래사장에서 파도를 따라다니기에 정신이 없다.

“야, 문무대왕릉이라고. 문무대왕릉 봐야지.”


문무대왕릉 : 
사적 제158 호. 대왕암(大王岩)이라고도 한다. 삼국통일을 완수한 문무왕(文武王)은 통일 후 불안정한 국가의 안위를 위해 죽어서도 국가를 지킬 뜻을 가졌다. 그리하여 지의 법사(智義法師)에서 유언으로, 자신의 시신(屍身)을 불식(佛式)에 따라 고문(庫門) 밖에서 화장하여 유골을 동해에 묻으면, 용이 되어 국가를 평안하게 지키도록(護國大龍) 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유해를 육지에서 화장하여 동해의 대왕암 일대에 뿌리고 대석(大石)에 장례를 치렀다. 사람들은 왕의 유언을 믿어 그 대석을 대왕암이라고 불렀다. 대왕암은 육지에서 불과 200여 미터 떨어진 가까운 바다에 있다. 큰 바위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중앙에 약간의 넓은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에 대석을 이동하여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의 대왕암 주변을 큰 바위(화강암)가 둘러싸고 있는데, 네 방향으로 물길이 나 있어 주변 바위는 네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다. 자연적으로 물길이 나 있는 상태이나 약간의 인공을 가하여 튀어나온 부분을 떼어내어 물길 이난 가운데 공간을 약간 가다듬은 흔적이 발견되었다. : [네이버 지식백과] 

경주 안내 책자에 나와 있는 문무대왕릉 소개를 읽는 사이 아이들은 사라졌다.

“엄마, 저기 보이잖아요”

그래 바다가 좋으면 됐다. 바다에서부터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갔다가 도망 오며 파도와 대치한다. 

"엄마, 파도와 잡기 놀이 중이에요" (참고로 아들은 중학생이다. 딸은 5학년이다)

운동화와 양말도 바지도 파도와의 달리기에 모두 젖어 들어간다.

"엄마, 파도한테 제가 졌지 뭐예요"

젖은 몸을 이끌고 딸이 웃으며 이야기한다.

차에 갈아입을 옷 있으니 바다에 들어가도 좋다는 말에 신나서 달린다.

과거 바다는 나에게 편안함을 주었고, 지금 바다는 나에게 추억을 준다.


아이들이 자라나 비릿한 바다 내음에 지금의 즐거움과 행복을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프루스트 효과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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