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보는 세상 (여행)-경주 3편
엄마 나 피타고라스 알잖아요
아늑한 숲길을 걸어 들어간다. 보일 듯 말 듯 나무 사이에 가려진 불국사의 입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불국사 앞에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가물가물 스쳐 지나간다.
"저기인 거 같은데..."
불국사 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석굴암보다 가깝다며 좋아한다.
"오~~ 알겠다. 알겠어. 저 알겠어요. 사진에서 많이 봤어요. 여기"
신라 시대 역사에서 불국사는 빠질 수 없는 장소 아니던가. 석가탑 만들던 석공 아사달과 그 연인 아사녀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어린아이들이 보는 역사책에 빠지지 않고 나오니 익숙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를 앞에 두고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지긋한 연령의 가이드 한분이 불국사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시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과 함께 가이드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불국사의 내진 설계시 사용된 방법이 그렝이 공법이다. 그렝이 공법은 돌이나 나무를 깎아 모양을 맞추는 기법으로 전통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법이라 한다. 이 공법은 지진에 강한 공법으로 불국사도 그렝이 공법으로 인하여 지난 시간 동안 지진을 견디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해 주셨다.
정말 자세히 살펴보니 자연석의 반듯반듯한 모양이 아니었다.
"피타고라스 아시죠? 피타고라스!"
가이드 선생님이 갑자기 피타고라스 이야기를 하신다.
"엄마, 나 알잖아요. 피타고라스. 내 친구 피타고라스요"
두 달여 전에 수학 동화책을 빌려다 주었는데 피타고라스 정의에 대한 책이었다. 그 책을 읽고 나더니 피타고라스랑 친구 할 거라고 장난치며 계속 자기 친구는 피타고라스라고 이야기했던 딸이 신나서 말한다.
피타고라스는 직각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에 대한 성질을 처음으로 밝혀낸 사람이다. 직각을 낀 주변의 길이를 각각 a, b라고 하고 빗변의 길이를 c라고 하면 a²(a x a)와 b²(b x b)의 합은 c²(c x c)와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시대에 천문관 교육의 기본 교재로 사용했던 <주비 산경>이라는 책이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중국의 가장 오래된 수학책으로, 제9장 ‘구고’에 이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소개되어 있는데, 응용문제로 직각삼각형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이 문제들이 일반화나 수학이론으로 발전시키지는 못했지만 무려 피타고라스보다 500년이나 앞섰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다.
<주비 산경>에 실려 있는 ‘구고현의 정리’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 신체 가운데 넓적다리를 “구”, 종아리를 “고”라고 하고 넓적다리를 내려다보고 앉아 종아리를 90°로 꺾은 뒤에 종아리 끝의 발뒤꿈치에서 넓적다리가 시작되는 사타구니까지의 사이를 선으로 이으면 직각삼각형이 된다. 빗변은 “현”이라고 한다.
구고현의 정리는 서양의 ‘피타고라스의 정리’처럼 땅을 측량하는 과정에서가 아닌 인간의 신체에서 찾아낸 원리이다. 이를 발전시켜 불국사와 석굴암, 첨성대, 그리고 조선시대에 거북선까지 ‘구고현의 정리’를 여러 건축 기술에 활용했다고 하니 더욱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 피타고라스의 정리, 그리고 구고현 )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청운교를 바라보니 정말 삼각형의 모양을 이루고 있다. 신기하다. 아이들도 새롭게 보이는지 사진을 찍겠다고 한다. 정말 신라시대 사람들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쉽게도 청운교와 백운교는 올라갈 수 없었다. 옆으로 돌아들어가 대웅전 앞에 자리 잡고 있는 다보탑과 석가탑을 마주 했다. 아이들이 다보탑과 석가탑은 서로 안다며 자랑한다. 규범에서 벗어나 참신하고 기발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다보탑. 너무 안타까운 사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에 의해 해체된 적이 있어 다시 보수했다고 하는데 그때 일부 손상되었다고 한다.
석가탑은 우리나라 일반형 석탑을 대표하는 탑이라고 한다. 탑의 머리장식은 16세기 이전에 유실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석가탑에 얽힌 슬픈 설화 때문일까? 그림자가 생기지 않아 무영탑이라 한다고 하니 정말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경주 여행 추천 연령
경주 여행을 하며 느낀 건 너무 어린 나이에 아이들과 경주 여행은 엄마 입장에선 꽝이라는 거다. 석굴암 입구에서 석굴암까지의 거리는 600m였다. 산속에 있어 유모차를 끌 수 없는 거리다. 석굴암까지 오가는 중간중간 우는 아이, 찡얼거리며 짜증을 내는 아이, 달래다 지쳐 둘러업고 가는 아이 엄마와 아빠들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경주는 적어도 신라시대의 역사를 좀 배운 후에 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 도시 자체가 역사의 현장이기에 어딜 가도 걸어야 하고 또 걸어야 하고 또 걸어야 했다. 경주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아이 연령을 생각하셔서 결정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찾아오시는 길:
시내버스 시외버스터미널 10,11 고속버스터미널 700 순회관광버스 터미널에서 이용가능
주차 : 주차 가능
입장료 :
성인(19세~64세) 6,000원 /
청소년(만13~18세) 4,000원 어린이(만7~12세) 3,000원
경주를 여행시 준비 사항:
경주 여행하기전 유튜브를 통해 불국사. 석굴암. 신라시대에 대한 영상을 보고 가는 것이 좋을 거 같다.
보이는 것이 휠씬 풍성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