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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Aug 16. 2021

경주 스타벅스는 한옥의 멋을 입고 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세상 (여행) - 경주 1 편


난 알아요


"난 알아요~~~" 서태지와 아이들 음악에 우리 반 대표 춤꾼들은 무대를 가득 채웠다. 전교생은 열광했고, 그렇게 경주 수학여행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30여 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갔다. 다른 시간 속 같은 공간에 아이들과 함께 서 있다. 정말 얼마만의 경주이던가. 경주다. 경주.  992년간 찬란한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 박혁거세를 왕으로 추대했던 경주를 아이들과 함께 방문했다. 고즈넉한 한옥들을 바라본다. 높은 건물이 없어서일까? 도시 자체가 따스하고 포근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립경주박물관으로 걸어가던 중 비가 내린다. 시원한 소나기의 차가운 빗방울은 여행으로 지친 몸을 움츠리게 했다. 따스한 커피 한잔이 그립다 생각될 때 스타벅스가 눈에 들어왔다.


"어, 저기 꼭 가봐야 하는 곳이야!"

남편이 이야기한다. 아니 볼 것도 많고, 갈 곳도 많은 경주에 왔는데 왜 스타벅스를 가야 하냐고 반문한다. 경주 스타벅스 대릉원점은 한옥 스타벅스로 꼭 가봐야 하는 스벅 전국 3위 안에 드는 곳이라고 한다.



기와가 눈에 들어온다. 뜨거운 햇볕에 그을렸던 처마는 여름 소나기를 매끄러운 곡선미로 밀어내고 있었다. 처마 선 밑으로 STARBUCKS 영문 글씨가 단단하게 매달려 있다.  

화려한 건물의 스타벅스는 옷을 벗었고,  한옥의 멋을 입고 있었다. 현대 한옥이라 고택의 운치는 없었지만 꼭 가봐야 하는 곳으로 뽑히기엔 충분하다 생각되었다.

내부 인테리어도 도심 속 현대미를 지니고 있는 스벅과는 달랐다. 한옥의 옷을 입은 만큼, 스벅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전통적인 패턴을 실내 디자인에 접목시켰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전통 찻집의 느낌이 드는 좌식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다. 벽에 걸린 전통 문양의 액자는 좌식과 입식 공간의 균형을 맞춰주고 있다.


은은한 향의 아메리카노가 노곤 한 몸을 품어준다. 오랜만에 스벅에서 커피를 마시다 보니 문득 오래전 보았던 뉴스가 생각났다.  


소비자 시민모임에서 세계 주요 도시의 스타벅스 커피값을 비교해 보았다는 뉴스였다.

우리나라는 3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유럽에 위치한 나라들에 비해 GDP 대비 높게 책정되어 있다. 스타벅스가 탄생한 미국과 비교하면 1760원 차이가 난다. 존 리 메리츠 자산운용 대표가 커피 사 먹지 말고 주식 사라고 하는 것도 이유가 있겠다 싶다. 매일 하루에 3잔씩 스벅 커피를 마시고 1년간 4백9만 7000원을 소비했다는 사람의 기사가 화제가 되었던 건 그만큼 커피 값이 비싸다는 반증일 것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임대료와 인건비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아 합리적인 조사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물가 등 시장 상황이 다른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특히 한 시장의 환율로만 시장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발표와 함께 말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올해 2분기에 사상 최대의 분기 매출 5천780억 원을 달성했다고 한다. 작년보다  19.8% 증가한 금액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감소했는데 이는 5월부터 여름 사은행사로 진행되었던 아이스박스 등 사은품 비용이 발생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이라 하니 스타벅스의 영업이익은 다음 분기에도 최고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타벅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코 시즌에도 국내 커피시장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마케팅의 귀재이다. 가격을 조금 낮추더라도 그들이 지금까지 이끌었던 방식으로 매출 상승을 유지할 수 있을 텐데... 커피 가격에 대한 부분은 늘 아쉽다.


나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고, 시장 물가에 민감한 아줌마다.  멋진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스벅에서 우아하게 커피 한잔 마시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줌마인 나에게 스벅의 커피 가격은 늘 부담스럽다. '5천 원이면 콩나물이.... 5천 원이면 두부가... 5천 원이면... '하는 생각에 스벅 대문 앞에서 늘 망설여진다.


"나, 지금 여기 어디게? 스벅이다. "

몇 년 전 미국으로 이민 간 언니가 가끔씩 카톡으로 문자를 보낼 때 쓰는 멘트이다. 언니와 나는 스벅 문 앞에서 망설이기를 함께 했었다. 같은 스타벅스인데 언니는 미국에서 스벅의 문지방을 마음대로 넘나들고 있다.


'나도 그럴 수 있는 날이 올까?'




(자료출처 : SBS 뉴스. 행복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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