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만물상, <위풍당당 여우 꼬리 6>

푸른여우의 냠냠서재 / 최고의 악역과 검은 꼬리의 행방

by 푸른여우
서평용파일.png 추천 지수는 ★★★★ (8/10점 : 이번 편 만악의 근원 단미 아버지는 반성하세요)


언젠가 모든 게 사라져 버리는 거라면 이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은 한 가지도 없는 게 아닐까? (p.14)


"네가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못 해낼 거라 생각했던 일들도 해낼 수 있게 될 거야. 일단 숨부터 크게 들이마셔 볼까?" (p.76)


"너도 머리가 어지간히 나쁘구나. 내 이름은 도래아야. 그리고 한발 늦었어." (p.92)


오랜 세월을 같이 살았던 거북이 '니나'의 죽음으로 인해 단미 아버지는 슬픔에 빠지고, 단미와 단미 어머니 또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우울해하던 단미 앞에 나타난 여섯 번째 꼬리! 그러나 여느 때와 달리 우중충해 보이는 꼬리의 분위기에 단미는 오히려 당황하는데요. 그러던 중 학교에서 열린 바자회에서 도래아의 꼬드김에 넘어가 단미는 소중한 여우구슬을 내놓게 되고, 단미는 도래아에게서 구슬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여섯 번째 꼬리의 의미를 알게 됩니다.


최고의 악역 '도래아'가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대결

손원평 작가님이 글을 쓰시고 만물상 일러스트레이터님이 그림을 그리신 <위풍당당 여우 꼬리 6>입니다. 여느 때와 달리 표지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독자들을 응시하고 있는 단미의 모습에, 시리즈도 점차 후반부로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데요. 실제로 기존의 발랄한 분위기에서 조금 벗어나,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악역과의 전투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진중한 분위기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6편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전편부터 점점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한 '도래아'의 행적입니다. 사실상 이번 에피소드에 높은 평가를 매기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이 친구 덕분이었는데요. 전편까지 불길한 암시를 던져주었던 인물이 이번 편에서 본격적으로 단미와 대립하면서, <위풍당당 여우 꼬리> 시리즈에서 가장 경계하고 있는 대상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내주고 있었습니다.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단미가 스스로 여우구슬을 내놓게 하고, 반 친구들을 곤경에 빠뜨린 후 퇴장하기까지의 행보도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우리는 언제든 자신의 감정을 불편히 여기고 잘라내고 싶어 하지만, 그것들을 잘라내 버리면 텅 비어버린다는 사실을 잘 의식하지 못하곤 하는데, 타인의 감정을 이용하면서 그 감정을 업신여기는 도래아의 모습은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여겨야 할 이 시대의 어린이들에게는 경계해야 할 대상을,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올바른 감정 지도의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다섯 꼬리들을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여낸 지점도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매력적인 악역에 비해 다소 아쉬운 검은 꼬리

다만, 매력적인 악역의 행적과는 반대로 본편에서 등장하는 검은 꼬리는, 표지에서 주는 강렬한 인상만큼 역할을 해냈다는 느낌이 다소 적어 아쉬웠습니다. 검은 꼬리가 상징하는 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했지만, 본편에서 이 꼬리의 상징성이 생각보다 잘 와닿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요. 이는 초반에 우중충하고 우울한 모습을 보여주던 검은 꼬리가 후반부에 단미와 활약한다는 점이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진 탓도 있습니다.

'너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게 아니라 멈추게 할 수 있지.' (p.35)라는 검은 꼬리의 말이 '방황은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해 준다'는 취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기에 방황과 멈춤을 담당해야 할 검은 꼬리가 도래아에게 맞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장면은 오히려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적어도 정신을 차린 단미가 검은 여우를 이끌어주는 장면이 있었다면,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한편으로 작품의 의미도 한층 더 살아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단미가 검은 꼬리의 이름을 붙이는 장면에서도, 그 이름이 가져다주는 임팩트가 다소 반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4권의 흐름과 대조되는 부분인데요. 앞서 4권에서는 질투를 상징하는 것처럼 여겨지던 붉은 꼬리가 작품 내에 지속적으로 개입한 끝에, 단미가 질투의 꼬리를 '모터'로 이름 붙이면서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는 장면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그러나 6권의 흐름은 악역과의 전투에 다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방황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충분히 보여주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에피소드는 최고의 악역과 그에 따른 대결이 상당히 매력적인 에피소드인 한편으로, 시리즈의 테마였던 꼬리, 즉 감정이 잘 드러나지 못했던 에피소드로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너도 혹시나 나를 만나게 된다면 마음이 홀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p.159)

이러한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시리즈에 홀려 있는 이유는, 깜찍한 그림체 덕분도 있지만 이 시리즈가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들이 고민하고 있는 '감정'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미호라는 특성상 시리즈가 앞으로 3권밖에 남지 않은 것이 무척 아쉬울 정도인데요. 앞으로 남은 꼬리의 색도 어느 정도 유추가 되는 상황에서, 이 시리즈가 어떤 엔딩을 맞이하게 될지 상당히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근데 단미 아버지. 아무리 아끼던 거북이가 죽어서 슬퍼도 그렇지 가족까지 축축하게 만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이런 생각이 책을 덮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걸 보면, 함부로 반려동물의 죽음을 슬퍼할 수도 없는 가장의 무게란 참으로 무거운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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