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도서관 / 이재문&무디, <마이 가디언 2 : 우리는 사랑일까>
★ 솔직히 말하면, 나도 ‘솔로 탈출’ 하고 싶다. 하지만 대놓고 말하기는 아직 좀 부끄럽다. (p.21)
★ “민율이가 심쿵 하게 해서 학교 가는 게 즐거워.” 나는 좀 어이가 없었다. 내가 2학년 때는 연애의 ‘연’ 자도 몰랐는데. (p.112)
★ 솔직히 말하면, 손잡고 싶다. 아주 조금. 아니, 그것보다 조금 더. 그래, 많이 잡고 싶다. 다른 애들도 다 잡으니까. (p.150)
방송부에서 DJ로 활약하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바름이는 같은 반의 태하에게 신경이 쓰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태하도 바름이에게 마음이 있어서, 주변 친구들의 부추김에 어찌어찌 두 사람은 고백을 주고받게 되는데요. 그러나 처음 해보는 연애에 서툰 점도 많고, 시간이 흐르면서 연애라는 것 자체에 고민이 많아진 바름이는 주변 친구들의 연애 사정에 휘말리면서 점차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재문 작가님이 글을 쓰시고, 무디 작가님이 그림을 그리신 <마이 가디언 2>입니다. 지난 1편에서는 친구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그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방법을 섬세하고 유쾌하게 그려주셨는데요. 이번 2편에서는 학생들 간의 연애를 주제로 아주 풋풋한 소설을 만들어주셨습니다. 저는 원래 <환승연애>나 <솔로지옥> 같은 연애 프로그램에 관심을 하나도 안 가지던 사람이었는데, 이 책에서 초등학교 6학년들의 연애 사정을 접하면서 시종일관 미소를 감출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그만큼 작가님 특유의, 등장인물의 감정선과 개개인의 사연을 교차시키는 필력이 이번 책에서도 굉장히 준수하게 담겨 있다는 얘기겠죠. 처음 해보는 연애에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나름 분위기를 전환해 보려고 할리갈리를 꺼내는 태하의 모습에는 정말 자지러질 뻔했습니다. 나아가 저마다 감정을 숨기고 있는 방송부 친구들, '사랑은 원래 바람처럼 왔다가 안개처럼 사라지는 거'(p.195)라고 주장하는 초등학교 2학년 아름이 등등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서로 어울려 중후반에 큰 사건을 빵 터트리는 장면은 정말 숨을 죽여가며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름이는 나름 보수적인 성격임에도, 태하에게 던지는 말들은 선수급인 게 재미있었네요. '그런데 신청곡이 빠졌네.'(p.215)는 정말 명대사로 뽑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전작에서 무게 있는 주제를 다룬 것과 다르게 작품이 러브코미디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작가님이 각양각색인 연애 양상에 대해 '올바른 연애'를 설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질타받을 법한 양다리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등장인물들의 연애는 주인공인 바름이의 시선에서 몇몇 의견이 제시될 뿐 이런 게 올바른 연애라는 식의 부담스러운 설교를 하지 않습니다. 이는 "사람마다 다 다르게 생긴 것처럼 너희가 하는 사랑도 방식이 다 다른 거지. 딱 잘라 6학년 연애는 이렇고 어른들 연애는 이렇다 할 게 못 돼." (p.224)라는 말로 작품에 직접적으로 제시된 바 있습니다.
이런 한편으로, 단지 작가님은 전편에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자기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 중요함을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번 편에서도 '연애' 관계에서 자기의 마음을 소중히 하기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처음이라 서툰 연애를 하면서 자기보다는 남에게 맞춰주려 하고, '그래, 연애란 이런 거겠지. 내가 좋아하지만, 상대가 불편해하면 포기하는 것.'(p.86)이라는 생각을 품고 나중에 이로 인해 감정 문제를 겪게 되는 장면도 이러한 주제의식을 자연스레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바름이와 태하뿐만이 아니라 작품에서 얽히고설킨 여러 등장인물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됨으로써, 연애란 타인에게 맞추는 것과 동시에 자기 자신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반적으로 잘 전달되고 있습니다. 이건 사실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계층의 연애에 공통되는 메시지인지라, 읽으면서도 가슴이 쿡쿡 찔리는 지점이 있었네요.
다만 이 작품이 <마이 가디언> 시리즈의 2편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1편의 내용이 생각보다 작품에 많이 개입되어 있어 개인적으로는 2편의 전개가 다소 지연된 면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스스로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제의식은 전편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습니다만, 1편과 2편의 주 스토리는 상당히 결이 다르기도 하고, 또 굳이 전작을 크게 삽입하지 않더라도 2편에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가 많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작품은 1권의 요소들이 많이 개입되어 있는 점이 오히려 2편에서 더 보여줄 수 있었던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느껴졌습니다. 은하가 등장하는 건 정말 반가웠습니다만, 1편의 주제의식을 지금처럼 직접적으로 제시해 주기보다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카메오처럼 은밀하게 등장하는 것이 오히려 매력적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은하야 네가 왜 피해. 다미가 너를 피해야지. 맞서 싸워! 이건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수학 영어 학원만 있을 게 아니라, 연애 학원도 있어야 한다. 아니, 초등학교 4학년쯤 되면 학교에서도 연애 과목을 신설하여 가르쳐야 한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초등학생이 남자 친구, 여자 친구 문제로 마음 앓이를 하고 있다는 걸 알면, 선생님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교육부는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알까? (p.67)
아마 이 말을 교육 현장에서 일하시는 어른들이 들으시면, '나도 잘 모르겠는 걸 누가 가르치니'하고 한숨을 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들도 사랑의 형태가 갖가지인 만큼 뭐가 옳다고 얘기하기 애매할뿐더러, 하물며 어린이들의 사랑도 교과서를 만들어 교육할 일은 못될듯합니다. 작가님 또한 그만큼 함부로 연애의 교과서를 만들려고 하지는 않으시면서, 아이들이 다만 스스로를 소중히 하며 연애했으면 좋겠다는 따뜻한 한 마디만을 건네고 계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서평과 별개로 스스로의 주접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소제목이 '우리는 사랑일까'입니다. 예, 사랑입니다. 근데 주인공이 이름 만큼이나 너무 바른 아이인지라, 별로 바르지 않은 저는 다 읽고 나서 문득 혼자 생각하기를, 아니 충분히 서로 좋아하고 충분히 고민하고 만난 거 같은데 너 왜 자꾸 '쉽게 만났다' 이래? 야, 윤슬이 걔 말에 휘둘리지 마. 이보다 어렵게 만나려면 뭐, 맞선이라도 해야 돼? 어? 이 한참 바르게 큰 친구들이 인연 소중한 줄 모르고, 너희는 진짜 원하는 사랑 해서 백년해로해라...... 그래도 난 네 결정 존중해......
그만큼 등장인물들이 정말로 원하는 사랑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는 한편, 한참을 극성팬처럼 열불을 내고 있는 자신을 보며 '드라마 보는 사람들이 등장인물 간의 러브라인을 이런 기분으로 만드는가 보다' 하고 남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 와중에 "열세 살인데 아직까지 한 번도 안 사귀는 게 이상한 거지"(p.51)라고 아마 여러 독자들을 들썩일 말에는 저 또한 움찔하면서 '내가 뭐라고 이런 핀잔을'이라고 반성한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만큼 흡입력과 재미가 장난 아닌 책이니 농담 삼아 얘기하건대, 9살부터 90살까지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도 일부 언급하셨듯, 사랑이라는 감정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거니까요.
(* 이 서평은 이지북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마이 가디언> 사전 서평단의 활동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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