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지하시네요

수첩소설 4.25

by 푸른여우

1.

별로 안 좋아하는데 가끔 먹고 싶어지는 음식이 있다. 그중 하나가 지삼선地三鮮인데, 이따금 신기하게도 물컹한 가지가 먹고 싶어져 집 앞 가게로 발걸음이 향할 때가 있다. 나는 대체로 그 맛에 만족한다.

어느 날인가 아는 분과 밥을 먹을 일이 있었다. 그분은 중국 요리에 철학이 있으셨는데, 볶음밥은 어느 집이 맛있고, 딴딴면은 어디가 맛있고를 술술 이야기하셨다. 내가 가끔 지삼선을 먹으러 모 가게에 간다고 하자, 그분은 '그 가게 맛있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시면서 더 잘하는 가게가 있으니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2.

"어때, 맛있지?"

거기서 먹은 지삼선은 분명히 여태껏 먹어본 것 중에 제일 입맛에 맞았다. 거리도 멀지 않으니 진작에 알았다면 이쪽으로 왔을 텐데. 그러고 보면 그분도 가게마다 잘하는 음식을 알아내기까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다. 몇 끼 정도 맛없는 식사를 한 후에야 비로소 가장 나은 요리를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도전할 수 있으려면, 어지간히 좋아하는 정도로는 안 되는 거 아닐까.


3.

우리는 맥주까지 마시며 푸짐하게 식사를 마친 후 가게 밖으로 나왔다. 살짝 취한 상태에서 내가 아까 했던 생각을 그분께 건네자, 그분은 고개를 치켜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금 먹는 밥을 맛없다고 느끼는 사람만이, 더 맛있는 밥을 찾는 법이노라."

목소리가 너무 커서 주변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봤다. 그나마 맨 정신인 내가, 정말 가지가지하시네요, 하고 그분을 말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절레절레 전래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