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레절레 전래동화

수첩소설 4.23-4.24

by 푸른여우

1.

행운이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 그는 분명히 간절했다. 절망이 그의 주변을 항상 떠다니고 있었지만,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매일같이 제단 주위를 쓸고 닦으면서, 심지어 어느 날은 108배까지 올리면서 수호신으로부터 행운을 선사받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지극정성을 접한 수호신은, 지갑에서 행운을 몇 장 꺼내서 그에게 건네주었던 것이다. 그동안 그가 쌓은 덕은 분명히 사용 가능한 마일리지로 변환되어 있었다. 그렇게 그 해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운이 넘치는 해가 되었다.


2.

그리고 그를 둘러싼 절망이라는 안개가 걷혀 갈 즈음, 제단 위에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는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정말로 바빠서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간절하던 시기에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자신이 모시는 신에게 헌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소원이 이루어지자 그는 자신이 노력한 덕이라고 이야기하며 으스댔다. 그는 뜻밖의 행운을 손에 쥐기 전까지는 성실한 사람이었고, 이제는 행운에 심취해서 점차 거만해졌다.


3.

그 모습을 본 수호신이 자신의 상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 처음이라 잘 모르지? 그, 108배한다고 행운 막 퍼주고 그러면 안 돼. 버릇 나빠져."

"그래도 이 사람은 진심으로 간절했는걸요, 그때는."

"간절한 사람들은 다들 진심이야. 대개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줄곧 성실할 거라고 믿어. 그래서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굴다가 막상 소원 이뤄지면 '내 간은 소중해요', 이러지."

"그럼 어쩌죠?"

"초범이니까 악몽 몇 개 꾸게 하고, 만약 그래도 정신 못 차리면, 퇴치해. 전래동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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