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말

수첩소설 4.21-4.22

by 푸른여우

1.

말을 목구멍 안쪽에 가둬둔 채 며칠이 지났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여러 말과 글들을 공부하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여러 말과 글을 접할수록 언어란 것은 점점 더 알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고, 어떤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자신이 싫어져 어느새 나는 입을 닫아버렸다.


2.

심야 지하철은 붐비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있는데, 맞은편에 앉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남자 또한 나를 보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계속 응시했다. 그렇게 세 정거장 정도를 지났을 때였다. 그가 새끼손가락을 펴고, 자신의 입술 밑을 톡, 톡 두 번 두드렸다.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바로는 알지 못했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강렬한 울림은 분명히 나에게로 왔다.


3.

그것은 '괜찮아'라는 뜻의 수어手語였다. 어떤 맥락에서 건넨 말인지는 알지 못했다. 괜찮냐는 물음인지, 다 괜찮다는 위로인지조차 나는 알지 못했다. 그저, 그 소리 없는 울림에 내가 한껏 흔들려버렸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억지로 가둬두었던 감정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오려 해서,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나 또한 소리 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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