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푸른여우, 봄 1

by 푸른여우
제목 없음.png 추천지수는 中上


<우리들의 블루스>


노희경 작가님의 신작, 2022년에 방영된 <우리들의 블루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분들께서 총출동하시고, 또 <디어 마이 프렌즈>를 워낙에 울면서 보았던 터라, 이번 드라마가 상당히 기대가 되었어요. 다만 연기가 충실하신 배우분들이 많다 보니, 혹시나 겉만 번지르르한 실속 없는 드라마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도 되었습니다.


물론, 20회까지 다 본 소감은, 역시 노희경 작가님이라는 생각!

주제는 각자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지언정, 제주도의 풍경과 어우러져 작가님 특유의 '휴머니즘'이 잘 전달된 드라마였습니다.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


배우들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연기력은 여실히 보장됩니다. 특히 두말할 필요 없는 김혜자, 고두심 배우님을 포함해 푸릉마을의 모든 인물들이 마치 실제로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줍니다.


배경이 제주도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도 거의 모두 제주도 사투리를 사용하는데, 실제 제주도에 거주하시는 시청자분들께서 어색하게 느끼시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저는 제주도 거주 경험이 없던 탓인지, 전혀 어색하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임을 잘 담아낸 옴니버스 구성


보통의 드라마들은 주인공과 조연이 서로 구분되는 데 반해,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작가님께서 '인생을 사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임을 강조하신 만큼 탁월한 옴니버스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의 모습은 처음 마주하면 이기적으로, 몰상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그 사정을 하나씩 확인하다 보면 어느새 인물의 마음에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개개인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각자 다를 수밖에 없기에, 저는 개인적으로 '영주와 현' 이야기는 불안정한 10대의 심리를 잘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은 들면서도, 아버지에 해당하는 인권과 호식의 속 사정을 생각한다면 너무 이야기가 희망적으로 풀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노희경 작가님이 청소년 임신 문제의 결론을 낙태로 끝내실 것 같지는 않아서 사전에 예상은 했지만...)


그래서 처음에는 '한수와 은희' 에피소드가 주는 징한 여운에 마지막까지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과 달리, 중간에는 긴가민가 하는 마음으로 보다가, 10회부터 드라마의 '비장의 카드'에 해당하는 서사들이 연이으면서 역시 베테랑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장애, 우울증에 대해서 다룬 서사 중 이만큼 자연스러웠던, 또한 배려심 넘쳤던 서사가 있었던가요.




개인적인 감상 메모 / Memo


★ 이번 드라마에서 진짜로 반했던 건 김우빈 배우님이 연기하신 '정준' 캐릭터. 자신이 모르는 것들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진짜 최고였습니다.


★ '영주와 현' 에피소드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족은 둘째 치고, '인권과 호식'(각각 박지환, 최영준 배우님) 캐릭터는 대화나 싸움을 너무 실감 나게 연기하셔서 보는 사람도 깜짝 놀랐습니다.


★ <디어 마이 프렌즈>, <눈이 부시게> 등을 보면서 김혜자 배우님을 너무 좋아했는데, 옴니버스 드라마 특성상 초반에는 비중이 적잖아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적은 비중으로 나오시는 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거장답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빡! 19회에서 아들을 감싸며 '야이가 무사!'라고 외치는 부분은 아직도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 근데 이보다 앞서서 고두심 배우님이 17회 마지막에 기도하는 장면도 정말 레전드였어요. 말 한마디 없지만 시선이나 표정만으로, 지켜보는 시청자도 숨죽이게 만들던 그런 연기.


★ 어째서인지 눈물이 나올 듯 말 듯하던 와중, 뜬금없이 20회 예고편 보고 갑자기 눈물이 줄줄... 덕분에 도서관에서 울음 참느라 너무 힘들었네요. 정작 또 본편 보면서는 안 울고. (스포를 당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 20회 마지막 장면에서 그간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한데 모이는 모습도 인상적. 모든 캐릭터들을 한 번씩 보여주며 마무리하는 모습도 드라마의 취지를 너무 잘 살리고 있어 좋았습니다. ost도 너무 찰떡. 웃음 벨처럼 눈물 벨이 있다면, 바로 이 ost. 헤이즈 - 마지막 너의 인사(The Last)입니다.




개인적으로 뽑은 명대사


슬퍼하지 말란 말이 아니야. 울 엄마처럼 슬퍼만 하지 말라고.
슬퍼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러다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썅. 어쩌단 웃기도 하고 행복도 하고, (...)
대가리 돌게 성질 나 죽겠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엉망진창 니가 망가지면, 니 인생이 너무 엿 같잖아.

(10회)
별 거 아니네, 다 착각이네. 뭘 웃어, 맞잖아.
그게 다 착각이지, 그럼 그게 진짜냐. 별빛이 이렇게 있는데 그게 깜깜해지는 게?
나중에 또 그러면 '이거 다 착각이다, 가짜다. 내가 지금 정신이 살짝 돌아서 그런 거다'
뭐 이렇게 머릿속으로 주문을 외워. 아니면 나한테 바로 전화를 넣든가.
그럼 내가 말해줄게.
'야 이 새끼야 정신 차려, 이거 착각이야. 다.'

(10회 : 우울증에 걸리면 앞이 깜깜해진다는 말에)
그럼 벌써 답은 정해졌네, 뭘.
너 꼴리는 대로 해, 그냥.
나처럼 막 가.
남들이 뭐라든 말든, 썅, 뭐, 내 인생인데.

(15회)
지금 이 소리도 영희는 다 듣고 있다고. 근데 나는 모른 척할 거야.
영희는 감정도 없고 머리도 모자라서 지금 내가 하는 말도 전부 이해하지 못한다고 믿을 거야.
그저 밥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자는 그런 애라고 믿을 거야.
그래야 내가 다시 쟤를 시설로 보낼 때, 내 마음이 편하니까. 모자란 애는 함께 살 수 없는 세상이니까.

(15회)
사랑한단 말도, 미안하단 말도 없이
내 어머니가, 내가 좋아했던 된장찌개 한 사발을 끓여 놓고 처음 왔던 그곳으로 돌아가셨다.
죽은 어머니를 안고 울며, 난 그제서야 알았다.
난 평생, 어머니 이 사람을 미워했던 게 아니라 이렇게 안고 화해하고 싶었다는 걸.
난, 내 어머닐, 이렇게 오래 안고, 지금처럼 실컷 울고 싶었다는 걸.

(20회)


푸른여우, 봤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차